◎달이는 불편없고 휴대도 간편/약효 장기간 유지·품질관리대책 세워야 한약이 공식 의약품으로 인정받으려면 한약제제의 과학화, 현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이를 위한 노력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한의학연구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경희대의료원의 경우 과거 첩약형태로 처방하던 한약의 비율을 대폭 줄이고 엑스분말 형태로 대체를 추진하고 있다. 엑스제제란 생약을 추출 여과 농축 건조형태의 제조과정을 거쳐 분말이나 과립형태로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현재 경희대의료원이 외래환자에게 처방하는 한약제제의 엑스분말 대 첩약비율은 45대 55. 경희의료원은 아직은 엑스분말의 비율이 조금 낮지만 연내에 70대 30으로 엑스분말의 비율을 첩약보다 높게 할 계획이다. 79년부터 본격화한 엑스분말형태의 한약은 인스턴트커피처럼 간편하게 물에 타서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거의 1백% 엑스분말 형태로 한약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탕약형태의 처방도 고려되고 있다. 이미 개소주나 흑염소를 탕약형태로 만들어 투명비닐팩에 보관·유통시키는 것이 일반화됐으나 한약은 일부 개인한의원을 제외한 대학병원급에선 아직 탕약형태의 공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홍남두소장은 『탕약형태로 환자에게 한약을 조제해주는 것이 위생처리나 약효면에서 집에서 약탕기에 달여먹는 것처럼 효과가 있을 것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시대적 욕구나 사회 환경이 더이상 첩약형태로만 환자에게 처방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 9월부터 경희의료원에서도 탕약형태로 외래환자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닐팩에 든 한약은 냉장고에 보관한 후 환자취향에 따라 차게, 혹은 뜨겁게 데워서 마시면 된다. 집에서 2∼3시간이상 센불, 약한불로 조정해가며 달여야 하던 불편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탕약화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보통 한약은 1제(20첩)단위로 처방되는데 이를 전부 탕약화 할 경우 20일분이 넘는다. 비록 저온에서 보관한다하더라도 액체상태의 한약이 이처럼 오랜기간 안전하게 약효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게 문제이다. 복용과 휴대에 편리하다는 점때문에 탕약이 소비자에게 선호될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앞서 철저한 품질관리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식 의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천연 한약재를 규격화하고 품질 공인제도를 실시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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