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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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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더위는 역사적이다. 더위에 관한 기상기록은 거의 깨졌다. 더위를 피한다는 게 실은 불가능이나 같았다. 그래도 「피서」는 붐비기만 했다. 쉽게 가족끼리 시원한 식당을 찾는다. 폭염도 식히고 외식도 즐기고, 음식점은 손님맞이로 붐볐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귀가 멍멍하다.◆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어른과 아이들이 일제히 목청을 돋운다. 철부지들은 해방감을 즐기는 듯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마치 어린이 놀이터 같다. 이에 부모들은 일체 오불관언이다. 그래서 음식점은 장마당보다 더 소연하다. 조용히 담소를 하며 외식의 별미를 맛본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와글대는 소음에 쫓기듯 대충대충 식사를 끝내면 음식점을 탈출하기가 급하다.◆요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다. 여름방학철이 되면 한국―미국의 여객기는 좌석을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이번 여름엔 이 현상이 더욱 심했다는 것이다. 서울행 비행기에 타니 우리나라 승객가운데엔 어린이가 상당수 있었다. 이 아이들이 기내에서 제세상 만난듯이 시끄럽게 떠들며 객석을 헤집고 다니더라고 한다.◆외국손님들은 눈살을 찌푸리거나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여 몸둘바를 몰랐다고 여행소감을 털어 놓는 것을 들었다. 여기서 철부지 어린이들을 탓하려함이 아니다. 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원망은 부모에게 돌아가기 마련이 아닌가. 음식점에서나 비행기에서나 마찬가지다. 자식을 무턱대고 사랑할줄은 아나 제대로 기를 줄은 모른다는 눈총을 받기가 알맞다. 방목은 야생마를 기르고 방임은 버릇없는 자식을 기르게 된다. 오늘의 부모는 자식 키우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하겠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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