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이번엔 그냥 못넘긴다” 강한 불쾌감 민주당에 심상치 않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9일 있었던 비주류의 김상현상임고문과 신민당의 김동길 박찬종대표의 전격회동이 「8·2보선」이후 잘나가고 있는 이기택대표를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면서 주류―비주류간 한판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 일고있는 것이다.
김고문과 신민당지도부와의 회동은 이대표가 추진해온 야권통합이 물건너가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고문이 옆길로 야권통합논의를 들고 나와 이대표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이대표가 자랑하는 보선승리의 의미를 깎아내렸는다는 점에서도 이대표측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대표측은 10일 비서진들을 비상 소집, 대응책을 숙의했는데 휴가중인 비서들까지 불려나올 만큼 심각한 분위기였다. 시내 모 호텔에서 하계 휴가를 보내고있는 이대표도 이날 문희상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다. 이대표는 김고문이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는 졌다』고 지난 보선승리의 의미를 격하한데 대해『전 국민적 승리로 받아들여지고있는 민주당의 보선승리를 그렇게 깎아내릴 수 있느냐』면서 전례없이 강하게 김고문에 대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 측근들은 김고문과 신민당 수뇌부와의 회동내용에 대해 「해당 이적행위」라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다. 문비서실장은 『공당의 대표와 한 계보의 수장으로서 사려깊지못한 행동』이라며 김고문과 신민당지도부를 싸잡아서 유감을 표시했다. 다른 측근들도「당이 어찌됐든 자나깨나 당권만 생각하는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이라는등 감정표출을 자제하지 않고 있다.
이대표측은 지난 보선승리를 발판으로 이대표가 위상을 강화해나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흠집내기에 김고문측과 신민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번 회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하고있다. 김고문이야말로 눈앞의 전투(이대표 흠집내기)에 이기기 위해 궁극적인 전쟁에 지는 게임을 하고있다는 것이다.
또 김고문의 이번 행동이 일과성이 아니라는데 이대표측은 더욱 불쾌해 하고 있다. 김고문은 이대표가 경주 보선승리에 들떠 있을 때 영월·평창과 대구의 낙선후보자를 찾아가 위로하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이대표진영은 이번 김고문의 행위가 당기위 회부사안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당기위까지는 안가더라도 적어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자세다.
김고문의 이번 회동에 대해서는 최근 범비주류 성향을 보여온 김원기최고위원도『보선결과를 놓고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졌다는 평가는 수긍할 수 없다』고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김고문은 이에 대해 『이대표가 야권통합을 해나가는데 있어 그의 입장을 지원키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대표측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경우 이대표의 사조직(통일산하회)문제등을 거론해 정면으로 맞받아치겠다는 자세이다.
최근 당내 최대 계보인 내외연의 공동대표검토설등으로 민주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당권을 향한 주류―비주류간의 신경전이 갈수록 첨예화 하고 있는 것이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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