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학생들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내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그 사건들은 운동권의 자기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찰이 전남대 수색과정에서 발견하여 충격을 던졌던 김일성 분향소는 전남대 총학생회가 즉각 경찰조작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분향소 자체보다 「조작설」에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조작설」은 총학생회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경과 안기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총학생회가 지난달 12일 분향소를 차렸고, 그것이 발각되자 여론악화를 우려하여 경찰조작으로 밀어붙였다는 학생회 간부 4명의 진술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두번째 불행한 사건은 「프락치 혐의자」사망사건이다. 지난 4일 고대에 들어가 학생들의 농성현장 주변을 배회하던 38세의 전귀희씨는 프락치로 몰려 학생들로부터 4시간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는데, 그는 학교후문 근처에 쓰러져 있다가 주민신고로 병원에 옮겨져 5일 새벽 숨졌다. 그를 조사했던 고대생 6명은 경찰조사에서 폭행사실을 일부 시인했으나, 그것이 사인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4시간에 걸친 감금만으로도 학생들에 대한 신뢰는 금이간 상태다.
이런 와중에 한총련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4백여명은 8일 대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표없이 집단 탑승, 열차가 16분 연발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이날 학생들은 입석표 4백여장을 사려했으나, 표가 매진되어 살수없자 요금 1백60만원을 내던지고 플랫폼으로 몰려나가 열차에 올랐다. 금년들어 몇번이나 열차를 세우는등 소동을 빚어 지탄을 받았던 그들은 다음 행사가 열리는 대전으로 가기 위해 이같이 무리한 짓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투쟁수법은 도덕성을 잃고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 부도덕한것은 그들의 투쟁목표다. 김일성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싸우겠다는 목표 자체가 부도덕의 극치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김일성을 숭배한다고 감히 말할수 없을것이다. 우리사회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크다해도 김일성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겠다는것은 웃기는 소리다.
김일성 분향소 설치를 「경찰 조작」으로 몰아가려한것 자체가 여론이 그것을 용납안한다는것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이 용납안하는 운동을 누구를 위해, 무엇때문에 하겠다는 것인가. 의심이 간다고 사람을 몇시간씩 감금폭행하는 학생들이 이루려는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인가.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이용하여 공안정국으로 몰고가려는 시도는 물론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을 상실한 운동권 학생들에 대해서 한없이 유화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경계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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