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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동맥경화/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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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동맥경화/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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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R협정비준동의안 처리시기를 두고 최근 며칠동안 민자당을 휘감았던 난기류는 김영삼대통령의 몇마디에 의해 거짓말처럼 씻긴듯이 걷혔다. 9일 고위당직자회의에 참석한 당지도부는 모처럼 보선패배의 후유증에서 해방된양 화색을 감추지 못하며 『앞으로는 제발 무슨 계니 하는 소리가 두번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자』고 거듭 다짐했다. 보선패배이후의 정국스케줄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UR비준문제를 잘못다뤄 급기야 당체제개편설로까지 비화되고 마침내 계파갈등으로 확대된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이었다. 또 대통령의 「조화로운 손」에 다시 의존해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자신들의 한계에 대한 쑥스러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에 비준안처리의 시기와 방법을 일임한다』는 당연한 정답을 찾기까지 이번 문제가 전개돼온 과정을 보면 민자당이 참으로 어렵게 일을 풀어간다는 느낌을 감출수 없다.

 실제 8·2보선이전부터 소속의원등 당안팎의 의견은 대부분 『가뭄에 따른 농촌정서를 감안할 때 8월중 비준안처리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었다. 야당의 반대가 여전한만큼『정면돌파를 능사로 삼기보다는 정치의 묘를 살려야한다』는 주장들이었다.

 이같은 기류를 반영, 원내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한동원내총무와 강행처리의 실무를 떠맡아야할 황락주국회의장등이 8월시한 준수에 부정적이었고 김종필대표와 문정수사무총장도 강행처리에 소극적인 입장을 감추지 않아왔다. 다만 청와대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밑조율을 계속해오던 터였다.

 이처럼 UR비준문제는 계파갈등으로 해석될 소지가 별로 없었고 당지도부도 과거의 어떤 이슈보다 분명하고 신속하게 입장을 조정할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작 실상은 공개토의 한번 없이 감정 섞인 입씨름만 난무했다.

 대통령의 몇마디에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민자당의 모습은 당내 의사결정구조가 안고있는 동맥경화증을 말해주고 있는것 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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