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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더그 왜 세력 약화됐나/뒤따른 14호태풍 엘리 만나 힘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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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더그 왜 세력 약화됐나/뒤따른 14호태풍 엘리 만나 힘빼앗겨

입력
199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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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서풍·북태평양 고기압 작용도 한몫 사라호 태풍에 버금가는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던 제13호태풍 더그(DOUG)의 세력이 약화된 것은 절묘한 기상요인 때문이다.

 더그에 뒤따라 발생한 제14호태풍 엘리(ELLIE)에 의한 「후지와라 효과」와 막강한 북태평양고기압 기단, 때마침 불어오는 편서풍등 「기상3박자」가 초대형A급의 위력을 C급으로 떨어뜨리고 진행방향도 목포해안쪽이나 대한해협쪽으로 돌려 놓고 있다.

 태풍의 핵은 독사의 머리에 비유될 만큼 유동적이어서 정확한 진로예측은 어렵지만 사상최악의 사라호태풍에 버금갈 것으로 우려되던 피해는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상청은 더그의 갑작스런 약화와 방향전환은 태풍의 「천적」인 후지와라 효과가 북태평양고기압 기단을 배경으로 편서풍과 함께 시의적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후지와라 효과는 동시에 존재하는 2개이상의 태풍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에 접근, 상호작용을 통해 세력을 빼앗는등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일본기상학자 후지와라씨가 발견했다. 후지와라 효과는 운동형태에 따라 ▲서로 겹치는 형 ▲시간을 기다리는 형 ▲지향형 ▲동행형 ▲따라붙는 형 ▲반대로 떨어지는 형등 6가지 종류가 있다.

 기상청은 실제로 8일 하오부터 일본 남동쪽 1천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이 제14호태풍 엘리로 변하면서 더그의 뒷덜미를 잡아 힘을 빼앗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더그는 대만의 북동쪽을 스치면서 주춤해져 동중국해에 진출했으나 이 곳의 바닷물 온도가 낮아 충분한 양의 수증기를 빨아들이지 못했다.

 더그의 진행속도와 방향이 바뀐 것도 후지와라 효과 때문이다.

 즉 엘리가 더그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겨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대륙쪽에서 북동쪽으로 세차게 불고 있는 편서풍까지 가세해 더그는 더욱 동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름내내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도 더그의 방향전환에 한몫을 하고 있다. 8일까지 별 장애물 없이 북상하던 더그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더욱 주춤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더그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흔들리지 않아 더그가 동쪽으로 머리를 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현재 9백94헥토파스칼의 소형태풍인 엘리는 앞으로 더그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 추적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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