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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사회질서의 잣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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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사회질서의 잣대(사설)

입력
199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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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량기·미터기·저울등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잣대다. 이런 잣대가 제멋대로이면 생활의 불편과 사회질서의 혼란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이같은 생활잣대의 엄정함은 우리 사회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할 기본합의중의 하나인 것이어서, 그 조작행위는 중벌을 받아 마땅하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이같은 각종 계량기에 대한 조작행위가 아직껏 구조적으로까지 빈발, 거래질서를 어지럽혀 왔을 뿐 아니라 나라 수준의 선진화마저 막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에 놓여있다. 감사원이 서울과 경기도등 우리 수도권소재 주유소의 주유계량기와 택시미터기 및 저울등에 대한 표본감사결과 주유기의 82.4%, 미터기의 9%, 저울의 12.7%가 조작된 바가지 계기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누구나 느껴온 바이지만 주유소마다 넣어 주는 기름의 양이 들쭉날쭉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감사결과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계기가 송두리째 조작된 것과 다름없었음을 드러낸 게 아닌가.

 사실 수도권에서조차 전체 계량기의 불과 11.6%만이 정확했을 정도였다면 관리나 감사가 상대적으로 허술할 수밖에 없는 지방 주유소에서는 모든 계기가 구조적으로 조작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작수법은 악랄한데 당국의 검정기준이나 감사 및 처벌은 느슨하기만 했다니 가짜가 날뛴 이유도 아울러 분명해졌다.

 업자들은 외국서 수입된 주유계량기의 핵심부품인 기차조정기의 봉인을 떼어낸뒤 기름이나 가스가 덜 나오도록 조작했고, 당국의 검정기준도 20당 1백의 허용오차를 인정해 줌으로써 구조적 조작의 길을 사실상 열어 줘 왔다고 한다.

 결국 이처럼 가짜가 판을 쳤는데도 그동안 단속기관에서는 수시 점검과 단속을 아예 않았거나 아니면 잘못을 적발하고도 눈을 감아 줬다는 풀이 밖에 나올 수 없다.

 택시미터기의 경우는 당국의 검정이나 단속부재실태가 더욱 심하다. 「코스모스 Z7」이라는 미터기는 높은 요금조작 가능성으로 이미 91년9월 형식승인이 취소된 것인데도 아직도 1만6천9백대나 사용되고 있음이 드러났을 정도였다는 게 아닌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이런 파렴치 「잣대사범」 발호를 막는 길은 각종 계기의 보다 엄정한 공인 및 검정·관리에 있다고 하겠다. 조작가능성이 적고 조작사실이 쉽게 판별되는 계기의 개발과 엄격한 기준설정 및 단속, 그리고 구조적 위반사범에 대한 중벌부과 근거를 마련하는등 하루빨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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