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김교각(696∼794)이라는 왕족출신의 고승이 있었다. 스물넷에 제비가 날아오는 곳 중국 강남땅 구화산으로 건너가 75년간 수도하며 널리 포교했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포의를 걸쳐 이타항을 몸소 실행한 것이다. 아흔아홉에 입적하며 이적을 낳으니 사람들은 김교각이야말로 지장보살이 불경의 예언대로 석가 열반후 1천5백년만에 무불시대의 육도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신라의 왕가를 빌려 현신하신 모습이라 믿었다. 김교각이 개창한 구화산은 융성기에는 절 3백60여개에 승려 3천3백여명이 수도하는 일대 지장성지로 발전했다. 구화산은 오대산(문수보살) 아미산(보현보살) 보타산(관세음보살)과 함께 중국이 자랑하는 4대불교성지의 한 곳이 됐다. 기자는 4년전 송고승전등 중국 기록을 길잡이 삼아 구화산을 최초로 르포할 때의 감격이 늘 기억에 새롭다. 김교각은 영원히 썩지 않는 등신불로 화해 육신보전에 여태 모셔져 있었다. 그가 세운 절 화성사에는 참배객의 발길이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았다. 당나라 숙종이 내린 구룡금인등 역대 왕조 황제가 그의 법통을 인정하는 명문을 새긴 12개의 금·옥·동인을 비롯하여 1천3백여점에 달하는 귀중한 유물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가 하면 온산의 봉우리와 계곡, 나무와 바위 하나 하나에는 그와 인연 닿는 신화와 전설이 아롱져 있었다. 구화산 사람들은 더욱이 김교각을 「한국이 낳은 석가모니」, 김교각의 고향 경주를 그들의 성지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올해는 김교각이 입적한후 육십갑자가 스무번 바뀌어 맞는 1천2백 주기다. 구화산에서는 그의 성도일인 9월5일(음력7월30일)을 기해 공덕을 기리는 성대한 기념법회를 갖는다고 소식을 알려 온다. 김교각의 불교사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대대적인 한중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 할 계획이란다.
지장보살은 인천과 지옥의 가운데에 서서 사바세계의 중생을 보호하고 사랑하며, 일체의 죄업과 고통으로부터 구해내는 임무를 맡고 있다. 김교각도 『지옥을 비우지 않고서는 결코 부처가 되지 않으리(지옥미공 부원성불)』라고 대서원했었다.
그런데 한달여전 돌연 숨진 김일성도 지금쯤 지옥에서 지장보살의 이름을 부르며 고통에서 해탈케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을까.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정치범을 20여만명이나 강제로 가두었으니 그가 지옥에 떨어졌다면 겪을 고통도 아마 그만큼 더 가혹하리라. 지장보살은 그런 죄악을 저지른 김일성일지라도 결코 저버리지 않고 고통에서 구해주려고 몇차례든 지옥에 납시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교각의 성불이 실현될수 있을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혼자 공연히 걱정하다 맥없이 실소한다.<통일부장>통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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