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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동결 「구체적대가」요구/북미회담 북측제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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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동결 「구체적대가」요구/북미회담 북측제안 분석

입력
1994.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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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입장 정리 불가피/“연료봉 재처리·한국형 경수로 반대”주장 북한이 제네바에서 재개된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에서 회담 타결과 북미수교협상을 연계시킬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에 대한 한미간의 입장정리가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주장은 그들이 북미회담에서 일관되게 내세워온 「일괄타결」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핵문제의 해결이 곧 북미수교라는 등식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이날 회담에서 수교협상 이외에도 그들의 핵동결 계획에 상응하는 대가를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요구사항에 경수로지원은 물론 북미수교 때까지 자신의 「핵카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드러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회담과 공식관계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북미수교협상은 별도로 다루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키로 하고 미국과 입장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7일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다해도 남북관계등을 고려, 북미수교협상문제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미국도 북미수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핵문제 이외에도 인권상황개선, 대량살상무기의 수출금지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한측 의도대로 회담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북한은 또 쟁점이 되고 있는 핵연료봉의 처리방법 및 경수로지원방안과 관련, 한미 양국의 포괄적 타협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 지원에 반대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면서도 이 문제가 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신축적인 대응을 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연료봉의 처리방법에서 정부는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등의 감시를 전제로 북한내 재처리 및 보관」주장이 핵카드의 계속유지에 목적이 있는 만큼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일단 연료봉의 보존기간을 연장한 뒤 추후 협상을 통해 제3국으로 이전하는 2단계 전략을 모색키로 했다.【고태성기자】

◎제네바 현지표정·전망/“모든문제 집중논의… 낙관도 비관도 안해”/북 오늘 제안내용 주목

 제네바에서 3단계 고위급회담을 벌이고 있는 북한과 미국은 지난 5일 한차례 회담을 가진 후 당초 6일 회담 속개의 합의일정을 바꿔 8일 회담을 재개키로 하고 주말인 6∼7일은 쉬면서 본국과의 협의를 가졌다.

 이날 상·하오 8시간에 걸친 회담을 끝낸 뒤 양측의 반응은 매우 신중했다.

 강석주 북한수석대표는 『회담은 실무적이었고 유익했다』고 말했고 로버트 갈루치 미국수석대표는 『실무적이었고 좋은 대화였다』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이날 회담이 생산적이었다는 표현은 한번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회담전망이 비관적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양측의 공식적인 발언을 볼 때 일단 첫날 회담에서 어떤 결정적인 타결의 전기가 마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은 모든 문제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세세하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논의했음을 수차례 강조함으로써 핵문제 타결의 의지와 전망이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갈루치대표가 『낙관이라는 말도 비관이라는 말도 미리 쓰고 싶지 않다』고 거듭 얘기한 것이나 강대표가 『견해의 차이도 있고 공통점도 있다』고 말한 것은 이같이 미묘한 현상황을 적절히 표현한 것이 아닌가 유추된다.

 양측이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의 폐연료봉 문제와 미국의 북한 경수로 전환 지원문제가 우선 가장 핵심적 현안으로 다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냉각수조에 보관중인 6천10개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수로전환의 기술, 재정지원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경수로형을 선택하느냐는 문제와 건설지원의 규모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무언가 건설적인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대내외적인 정치적 압력요인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일성의 사후 김정일의 권력장악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완전 결렬로 몰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8일의 2차회담에서 북한은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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