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아」하는 것 다르고 「어」하는 것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아」나「어」나 발성의 단순한 차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은데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의미를 지닌 표의문자인 한문표기로는 같은 발음, 같은 뜻의 어휘라도 어느 자를 쓰느냐에 따라 뉘앙스의 차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직장에서 노령자를 퇴직시키는 정년이란 어휘를 한국에서는 정연으로 표기하지만 일본에서는 정연으로 표기한다. 정년의 개념이 산업사회의 성립과 함께 생겨난 것이므로 원전이 있을 수도 없고 한국식의 정연이나 일본식의 정연이나 모두 적당한 한자를 골라 쓴 것인데 문자의 뉘앙스로 보아 정년보다는 정연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정년은 노·사의 합의로 정한 은퇴의 연령을 의미하지만 정연은 활동의 정지를 의미한다. 그 뉘앙스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정년으로 물러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왕성하게 돌아가던 삶의 리듬이 한순간에 정지된 것만 같아 허탈감과 무력감을 이길 수 없으며 정연의 정자가 무력감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것이다.◆최근에는 계급정년, 직급정년, 명예퇴직등으로 일반정년에 이르지도 않은 직장인들이 거의 반 강제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조기퇴직이 부쩍 늘고 있다. 조기퇴직은 만성적 인사적체의 해소와 경영합리화의 명분으로 단행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젊은 노인」을 양산한다.◆연령도 낮고 육체적으로도 건강한 이들은 실버세대이전의 그레이세대이나 하루 아침에 할일을 잃은 채 노두를 방황하게 되니 정신적으로는 실버세대보다 더 노쇄한 상태에 빠져 버린다. 경로와 복지차원의 실버대책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선 가용인력자원의 재활용차원의 생산적인 그레이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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