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제공 더 드러날땐 도덕성 훼손” 걱정 원자력발전소 시공업자 선정과정에서 뇌물을 받은것으로 진술한 안병화씨가 한전사장으로 재임중이던 89년1월∼93년3월 사이에 발전소 건설공사 발주가 유난히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울진 3·4호기와 월성 2∼4호기등 원자력 발전설비, 보령화력 5·6호기, 분당열병합발전소, 삼천포화력 3·4호기, 하동화력 1·2호기, 일산열병합발전소, 태안화력 1·2호기등이 모두 이 기간에 발주됐다. 이들 발전설비 수주액은 수천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간에 치열한 수주경쟁이 벌어졌던 만큼 이번 수사는 안씨의 한전사장 재임기간의 발주공사 전반을 대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원자력발전설비 1기의 건설 공사금액은 1조5천억∼2조원 정도. 원전공사는 크게 원자로와 발전기공급, 기계 및 전기설비분야인 기전공사, 토건공사로 나뉘어 발주되는데 이 중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공급은 주로 외국업체가 도맡아왔다. 따라서 국내업체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기전공사와 토건공사로 이 부문은 1기당 대략 3천억원 규모. 70년 경남양산군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전에서 발주한 국내원전 16기 건설공사의 국내수주업체들은 동아건설 (주)대우 현대건설 한국중공업등 4개업체다. 이 중 한국중공업은 정부의 산업합리화정책에 따라 원전공사중 발전기공급외에 기전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아왔다.
국내원전의 토건공사는 그동안 현대가 고리1∼4호기, 월성1·2호기, 영광1∼4호기등을 수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그러나 안씨가 한전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현대의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동아건설이 91년 울진3·4호기 토건공사를, (주)대우가 92년 월성 3·4호기 토건공사를 각각 수주했다. 월성2호기는 총 1조9백91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됐으며 울진 3·4호기는 1기당 1조6천7백억원, 월성 3·4호기는 1기당 1조5백억원씩 소요된 초대형 공사다.
이밖에도 안씨의 한전사장 재임시절 보령화력 5·6호기(토건)는 대림산업이, 분당열병합발전소는 현대건설, 하동화력 1·2호기(토건)는 (주)대우, 일산열병합발전소는 동아건설, 보령화력 3∼6호기 삼천포화력 3·4호기 태안화력 1·2호기(이상 기전)는 한국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재계는 한전발주공사의 경우 공사대금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되는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어 그룹건설회사들을 내세워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여왔다. 이로 인해 원전공사 수주과정에서 거액의 검은 돈이 오갔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이같은 의혹은 이번 안씨의 검찰진술로 일부 입증됐다. 재계관계자는 『원전공사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발전소공사 1기를 수주하면 억대의 사례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 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영광 3·4호기, 울진 3·4호기, 월성 2호기의 시공업체 선정과 건설 과정, 원자로형 결정, 발전기 납품업체 선정등에 의혹이 있다고 보고 한전에 대한 감사를 벌였으나 흐지부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수사가 확대돼 또다른 금품수수비리가 드러날 경우 재계 전체는 다시 한번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게될 전망이다.【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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