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확충 등 근본대책 눈돌릴때/특집「아시아리포트」 현장감 돋보여 한국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흥미있는 일 중의 하나는 무슨 일만 났다하면 즉시 범국민적 「성금」을 걷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성금을 낸 사람들의 사진과 명단을 언론에서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모금운동은 어쩐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좋아하는 한국인 특유의 아름다운 정서를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져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더욱이 수재민이 발생한 폭우나 홍수의 경우라면 몰라도, 한해를 당한 경우의 성금은 여러가지 면에서 별로 설득력이 없다. 우선 성금을 걷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지 하등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 이번 한해의 경우에도 책임은 평소 저수시설에 소홀한 관계당국에 있다. 그렇다면 성금을 걷어 한해를 당한 농가에 지원하는 것보다는 관개시설과 수리시설의 확충이 보다 더 근본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성금을 주관하는 측은 그 돈으로 저수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을 왜 국민의 성금으로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욱 이상한 것은, 태풍 브렌던으로 인해 대부분 지역의 가뭄이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금을 걷고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방위성금이나 금강산 댐 성금의 유용문제로 인해 국민들이 가뜩이나 성금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성금을 걷는 것 자체를 자제하는 것도 한번 쯤 검토해보야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국민들은 언론이 그와 같은 것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좀 더 비판적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때로는 언론이 오히려 더 성금에 열심일 때도 있다. 다행히 한국일보는 평소처럼 그런 문제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착했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국민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국제사면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의 수용소 문제였다. 서기 2000년을 불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오늘날 대명천지에 조명시설조차 없다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과 경악을 안겨다줬다. 그런 의미에서 8월4일자 한국일보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기획기사는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수용소에 대한 후속기사가 없었던 것은 아쉬움을 주었다.
한국일보는 전통적으로 어떤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논쟁촉발에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예컨대 8월2일자의 「TV 시청률 조사 믿을 수 있나」는 현재 발표되고 있는 텔레비전 시청률조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어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기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런 문제제기는 시청률에 따라 압력과 영향을 받는 담당 프로듀서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8월3일자의 「에로물 홍수 예고」역시 요즘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예술과 외설」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영화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으로 확대되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한국일보가 창간 40돌 대기획으로 마련한 「아시아 리포트」였다. 한국은 그동안 서양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속해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만 할 때가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화보와 현장기록이 생생하게 담긴 「아시아 리포트」는 매우 유익한 기획기사였다고 생각한다.<서울대교수·영문학>서울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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