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에 위치하고 있는 브라질은 지금 겨울이다. 거리는 40년만에 처음이라는 강추위로 얼어 붙었고 한파가 주로 주말에 몰아 닥치는 바람에 브라질인들은 올 겨울 날씨는 요상스럽다고 말한다. 때문에 열정적으로 휴일을 보내는 이들도 주말이 기다려지기는 커녕 두렵다고 불평하곤 한다. 올 겨울의 이상저온은 또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목인 커피의 작황을 크게 떨어뜨렸다. 전세계 커피소비량의 25%를 공급하는 32억주 상당의 브라질커피나무는 주로 상파울루, 산타 카타리나, 파라나등 남부 3개주에 몰려 있는데 이상한파로 지역에 따라 커피나무의 30∼80%가 냉해를 입었다.
당초 올해의 커피 수확량은 60들이 2천6백50만부대로 예상됐으나 냉해로 1천5백75만부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 재배농민들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파의 희생자는 커피재배 농민들만이 아니다. 호흡기환자가 30% 이상 증가하는가 하면 고령자와 유아의 사망률이 평소보다 거의 20% 가량 높아졌다. 특히 길거리에서 동사하는 사람들이 급증, 상파울루시에서만도 20여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올 겨울의 강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분주하게 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오는 10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노동자당(PT)의 루이스 룰라 시우바후보와 민주사회당(PSDB)의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조후보다.
좌파정당인 PT의 룰라 시우바후보는 주로 하층계층의 고정표에다 가장 먼저 선거운동에 뛰어든 이점을 살려 한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얻어 대권을 거의 손안에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러닝메이트였던 호제 파울로 비졸 상원의원의 부패스캔들로 올 겨울 날씨보다 더 매서운 민의의 무서움을 맛보아야 했다. 지지도가 비졸의원의 부정스캔들로 7월말 현재 32%로 떨어진 것이다.
비졸의원은 그란지 두울주 하원의원시절 친동생을 경찰서장에 임명하고 며느리를 시의회에 취직시켰는가 하면 은행에 압력을 행사, 특혜대출을 받았다는 비리가 폭로돼 끝내 러닝메이트에서 사퇴했다.
중도파정당인 PSDB의 엔리케후보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민심을 공략, 2개월 전만 해도 12%에 머무르던 지지도를 29%까지 끌어 올렸다. 두 사람 간의 뜨거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그의 지지율 상승은 같은 당 출신인 이타마르 프랑코대통령의 적극적인 후원도 후원이지만 상대진영의 부정스캔들을 적절히 공략한데 따른 것이다.
엔리케후보도 한때 룰라 시우바후보와 비슷한 위기를 맞았다. 러닝메이트 길레르이 팔메이라 상원의원이 한 건설업체에 특혜성 수주를 알선했으며 자신의 연금을 보다 빨리 타내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언론에 의해 폭로된 것이다. 그러나 엔리케후보는 룰라 시우바후보와 달리 팔메이라스캔들을 최단시간 내에 진화시키는 데 성공, 한숨을 돌렸다.
대통령선거가 아직도 2개월여 정도 남아 있음에도 국민들은 벌써부터 양 후보의 열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보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룰라 시우바후보와 엔리케후보의 대조적인 경력도 관심거리다.
극빈가정출신에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룰라 시우바후보는 금속노조와 PT당을 창당, 토지개혁과 국영화정책등을 내세워 노동자 농민들에게 메시아로 추앙받고 있으나 기업가등 기득권계층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번 선거는 오는 10월 3일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점자가 나오지 못할 경우 오는 11월 15일 상위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르는데 브라질인들은 두 사람의 승부에 관심을 표명하며 빨리 봄(9, 10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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