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비준국회 강행여부가 가늠자 될듯/「8·15 새통일안」관련 대북구상도 관심 김영삼대통령이 5박6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7일 상오 청와대로 돌아 왔다. 김대통령이 지방휴양시설인 청남대로 떠나던 지난 2일 치러진 3개지역 보궐선거는 민자당의 사실상 패배로 끝났고 그 결과와 8월말 UR비준국회 소집여부가 맞물려 당정개편론이 여권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게 김대통령이 휴가후 맞고 있는 정국상황이다. 또 북미 3단계회담이 재개돼 북한핵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도 중요한 시점에 처해 있다.
따라서 8일 김종비 민자당대표로부터 주례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를 시작으로 윤곽이 드러날 김대통령의 하계 정국구상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통령의 정국타개책 중에서도 정치권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과연 이달말께 여권 일각의 전망대로 당정개편을 단행할지 여부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에 앞서 이달 하순에 당초 여권핵심부의 계획대로 UR비준국회가 열리느냐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오래전에 이미 8월말 임시국회 소집을 내비쳤었다. 다만 이 계획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고 3개지역 보선에서 최소한 2승1패를 이뤄 여권이 정국주도권을 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청와대는 김일성이 돌연 사망해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 뒤에도 UR처리를 위한 8월말 임시국회소집 계획을 바꾸지 않았고 이는 김대통령의 하반기 정국구상의 일환으로 알려졌었다. 이때만 해도 당정개편설은 전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선에서도 사실상 패배함으로써 정국타개를 놓고 여권내에서 여러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당정개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측은 김대통령이 야당의 원천적 반대에 부딪쳐 있는 UR비준안을 8월말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바로 당정개편을 단행함으로써 보선패배 충격도 함께 씻어낸 뒤 정기국회와 내년의 지자제선거에 대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청와대측은 당정개편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원종정무수석은 보선패배와 관련해 인책성 당정개편론이 나오는데 대해 『이번 선거는 그 승패에 관계없이 선거혁명의 계기를 이룬 점을 평가해야 한다』며 『따라서 그 의미를 퇴색시킬 인책등 어떤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수석의 이같은 발언이 김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나온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당정개편 가능성을 부인하는 측에서는 시기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올해 정기국회를 마무리한 뒤 내년도 집권 3년째와 지자제 선거 및 연기된 전당대회 소집등을 앞두고 연말이나 내년초에 어차피 대대적인 당정개편이 있을텐데 이달말에 당정개편을 하면 불과 몇개월후 또 다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측은 아직은 이달말 UR비준 국회소집계획을 버리지 않고 있어 이를 반대하는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권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UR비준 국회를 예정대로 강행한다면 어차피 분위기 일신을 위한 당정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유력하다. UR국회가 8월말에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정개편은 없다는 신호이지만 만일 열리면 당정개편도 염두에 둔 강행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어떤 결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에게는 북한핵문제 해결등 남북관계도 중요한 과제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8·15경축사에서 새 통일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대북정책도 이번 휴가구상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김대통령은 휴가중 정치인이나 인근 기관장들을 일절 만나지 않고 아침 조깅과 산책, 독서 및 여러 구상등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그 중에서도 남북문제에 관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지난해와 달리 휴가를 부인 손명순여사와만 보냈고 아들이나 손자의 방문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짧은 휴가였지만 정국구상시간은 더 길었다는 점에서 정국현안이 만만치 않음을 말해준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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