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맨십은 으레 견강부약의 대명사이자 신사도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연극 영화 소설등 픽션 속에서 곤경에 빠진 약자를 구출하기 위해 돌연히 나타난 정의의 사자는 으레 스포츠로 심신을 단련한 체육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이와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사학재단의 분규가 터지면 비이재단은 몇몇 체육대학생을 파수꾼으로 내세웠다. 조직깡패사회의 인력공급원은 사회생활적응에 실패한 일부 격투기출신 선수들이 맡아 왔었다. 스포츠공화국으로 별칭을 얻었던 5, 6공시절 국제대회에서의 금메달은 각종 이권청탁의 지름길로 통했다. 그 결과 빠찡꼬 카지노등 과거비리 청산의 수사를 통해 검거된 인물들은 으레 체육관련단체의 직함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스포츠는 번창했지만 스포츠맨십은 실종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 경윤사업과 관련, 50억엔(4백억원) 뇌물사건으로 일본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영수씨의 경우(매일신문 보도)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어릴 적 일본에 건너가 빠찡꼬와 사채놀이로 돈을 모았다. 88올림픽이 끝나고 막대한 투자재원이 소요된 체육시설물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문제가 국내에서 대두되었다. 사이클경기장을 경륜장으로 만들어 국민들의 여가활용을 돕고 지방재정수입도 늘리자는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일본에서 경륜사업의 번창을 지켜본 박씨는 이 기회를 이용, 사이클연맹에 파고 들었다. 스스로 프로사이클연맹위원장이 되어 경윤사업의 주체는 사이클연맹이 되어야 한다는 로비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그의 로비는 실패했다. 경윤사업의 주체는 입법초기부터 흔들림이 없이 체육진흥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 한정된 채 통과되었고 내달 24일부터 잠실 벨로드롬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로비활동내용에 대한 조사는 사직당국의 몫으로 남아있다.
경륜사업시행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입법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사행심을 북돋워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윤리적 판단문제가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사행심은 원초적 본능인 만큼 이를 건전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도 국가가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한편 경윤장소재지인 송파구의 조순환의원등은 환경공해와 반교육성을 들어 지금도 경륜사업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차제에 경륜사업시행에 관한 공청회와 함께 지역주민투표라도 해보았으면 싶다. 여론의 여과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경마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부작용과 역기능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체육부장>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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