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의혹” 소문… 안씨는 비리부인/돌연한 귀국 배경·사용처 조사결과 주목 4일 구속된 안병화전상공부장관(63)은 지난해 사정정국속에 한전사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미국으로 도피, 사정칼날을 모면했으나 끝내 무사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3일 외환관리법위반혐의로 구속된 (주)삼창 회장 박병찬씨(58)의 수사과정에서 안씨의 비리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수사결과 안씨는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2, 3, 4호기의 시공업체인 캐나다 원자력공사의 한국 대리점 (주)삼창의 박회장에게서 『공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안씨의 비위사실은 원자력발전소등 각종 전력개발사업을 총괄하는 한전의 공사수주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오랜 의혹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안씨는 검찰에서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자연우라늄이 캐나다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다른 대안없이 이 회사와 수의계약했다』고 공사수주과정에는 비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안씨가 받은 2억원은 (주)삼창이 캐나다측에서 받은 수수료에 비해 많은 액수가 아니어서 안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삼창은 시공과정의 각종 자문과 자료제공을 하기로 하고 공사비(7억2천6백만달러)의 1%인 7백26만달러를 공사완공도에 따라 받기로 계약, 그동안 4백만달러(30여억원)를 받은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드러났다.
문제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2∼4호기는 90년 12월과 91년 3월에 발주됐고 캐나다 원자력공사가 91년 7월부터 공사를 시작, 97년 6월에 완공된다.
한편 안씨는 뇌물을 받은 91년 10월 당시 사장임기 3년이 거의 끝나 연임을 위한 활동비로 쓴 것으로 보여 구체적 사용처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의 사용처 추적조사로 어떤 결말이 날 지 주목된다.
궁금한 것은 피신했던 안씨가 귀국한 배경이다. 검찰관계자는 『안씨가 미국에서 1년 가까이 혼자 생활하다 보니 사정작업이 느슨해진 것으로 생각한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씨 정도의 인물이 국내상황과 검찰의 움직임을 헛 짚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소리도 있다.【정희경기자】
◎안병화씨는 누구/박태준씨와 부침 「포철맨」… 한중·포철·한전사장역임
안병화전상공부장관은 「박태준사단의 우등생」으로 불렸던 전형적인 「포철맨」으로 박전포철회장과 부침을 함께 해왔다.
서울출신인 안씨는 58년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온 후 고교 영어교사를 지내다 대한중석에 입사, 당시 사장이던 박전회장을 만났다. 68년 박전회장이 포철로 갈 때 함께 따라간 포철 창설 38인중의 한명으로 포철부사장 시절에는 적자에 허덕이던 동부제강의 전신인 일신제강을 관리해 2년만에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이에 힘입어 포철사장을 역임했으며 뒤이어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한중사장을 맡아 경영을 정상화하는등 능력을 발휘했다. 안씨는 88년 6공 첫 내각에서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상공부장관을 맡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상공부장관에서 물러난 후인 89년 1월부터 93년 3월까지 4년3개월동안 한전사장을 지냈으나 문민정부 출범 이후 한전사장 재임중 공사발주와 관련, 시설 및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자 사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해외로 잠적해버렸다. 당시 비서실장과 전무를 지낸 조관기전부사장도 해외로 출국해버려 「무엇이 있지 않나」하는 의혹을 받았었다.
안씨는 통역장교 출신답게 영어와 일어에 능통하며 업무처리가 아주 꼼꼼하지만 리더십과 정치적 감각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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