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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냐 「패배」냐(장명수칼럼: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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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냐 「패배」냐(장명수칼럼:1706)

입력
199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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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수성갑, 경주, 영월·평창등 세곳에서 지난 2일 치렀던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가 더위먹은 정국에 비를 뿌리고 있다. 민자·민주·신민당은 이번 보선에서 각기 1석씩을 차지했는데, 그것을 패배로 받아들인 민자당은 충격에 빠져 있고, 두 야당은 기쁨에 차 있다. 선거 결과는 3당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민자당은 승패를 떠나 두가지 점에서 뜻깊은 일을 했다. 첫째는 공명선거를 이루겠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거때마다 공직자들이 몰려가 여당후보 지원에 열을 올리고, 막대한 선거자금을 뿌리는 것이 통례였으나, 이번에는 여당이 앞장서서 선거법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특히 중앙당은 법적으로 가능한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구당의 원망을 살 정도로 철저하게 개입을 자제했다.

 민자당이 한 두번째 의미있는 일은 여성후보 공천이다. 경주에서 민자당 공천을 받은 임진출후보는 지난 총선때도 출마하여 2위의 득표를 한 실적이 있긴 하지만, 보수적인 지역에서 여성후보를 내세운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취임후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기용해온 김영삼대통령은 일부의 강력한 우려와 당을 여러번 옮겨다녔다는 임후보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경상도에서 여성후보를 내세우는 결단을 보였다.

 민주당이 경주에서 거둔 승리는 거의 체질적으로 굳어진 각 지역의 정치성향을 깨뜨리는 분기점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값진 승리다. 그것은 경주시민들, 한걸음 더 나아가 경북지역 유권자들이 이룩한 일대 사건이기도 하다. 이른바 TK(대구·경북)정서가 반민자 기류를 형성하여 야당후보의 당선을 가능케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이 지역감정에 묶여 있는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개안의 전례가 될것을 기대해 볼만 하다.

 신민당의 승리는 대구시민들 사이에 팽배한 반민자, 반김영삼 기류의 산물이라는 의미 이외에 다른 뜻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3공에서 6공까지 30여년동안 3명의 대통령을 잇달아 배출하면서 오랜 야도의 전통에서 벗어났고, 선거때마다 강한 지역감정을 드러내던 대구 시민들이 반여성향을 투표로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또 현경자씨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남편의 선거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6년만에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의원이라는 점에서 기대해 볼만 하다.

 이번 선거결과를 민자당의 참패라고 볼것까지는 없다. 민자당은 패배했지만, 무의미한 패배는 아니다. 민자당은 여당 프리미엄없이 솔선해서 선거법을 지키면서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톡톡히 배웠다. 여와 야, 유권자들은 각기 이번 선거에서 얻은 소득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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