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공간」 꾸미기 불가사의한 능력의 안무가로 알려진 얼윈 니콜라이의 작품들이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제4회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 한국 행사의 일환이다. 지난해 별세한 그의 작품들이 이제는 천재의 유물로 공연된다는 사실이 감흥을 더해주기도 한다.
20세기 후반의 무용계는 거장들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이 어떤 줄거리 혹은 표현력을 담아낸다는 기존의 무용관을 탈피한 독창적인 세대가 각기 일가를 이뤄냈다.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니콜라이는 「환상의 공간」 꾸미기에서 춤의 매력을 찾으려 했다.
움직이는 그림, 그것도 무대 크기의 거대한 캔버스가 「색채의 마술사」니콜라이에 의해 조종되는 현장을 상상한다면 감상의 반은 진행된 것이다. 이번에 공연된 작품 「도가니」는 대표적 예가 된다. 어두움 속에서 경사진 거울을 통해 보이는 인체는 우주 공간을 경험하는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고도의 조명술 외에도 그가 사용하는 공간꾸미기 기법은 다양하다. 마술, 인형극, 리본놀이까지도 작품의 소재가 된다. 「장력의 연루」는 1955년의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계산된 화려한 리본의 움직임을 능가할 인재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니콜라이의 이러한 취향은 무용공연장을 경이롭고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는 장소로 정착시켰다. 그러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인간을 도구화하고 개인의 인격을 말살시켰다는 사실이 지적된 것이다. 무용가들은 종종 얼굴을 가린 채 특별한 춤동작의 연기도 없이 안무가의 그림붓이나 움직이는 물체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1989년 니콜라이는 제자이기도 한 머리 루이를 공동 예술감독으로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취약점을 보강한다. 상반되는 안무 경향으로 명성을 얻은 루이의 특징은 신체 각부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춤의 테마로 하고 거기에 해학을 가미한 작품을 만드는데 있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 올려진 「브루백의 4개 소품」은 음악의 흐름에 따라 움직임을 즐기는 극히 평범한 전개였다. 루이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 작품이었다면 이번 무대는 더욱 화려해질뻔 했다.
특히 니콜라이의 두 작품에는 문예극장이 협소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환상의 묘미나 색조의 변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