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보다 당내문제 무게/당헌개정 지도체제변화 시사 이기택민주당대표의 4일 기자간담회는 자신감으로 요약될 수있다. 간담회의 내용도 힘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지만, 발언의 톤이나 표정등 외형부터가 전례없이 강한 이미지를 풍겼다. 이대표는 경주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입지강화를 시도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동안 「유약함」이나 「대리인」으로 각인됐던 자신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선셈이다.
이를 위해 이대표는 크게 두 가지를 내걸었다. 하나는 대외적 명분인 야권통합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과제인 당체제정비였다. 이 두가지과제는 야당이 되풀이 반복해온 메뉴였지만, 보선의 승세는 실현가능성에 상당한 힘을 보태주고 있다. 또한 과거 회견때 추상적으로 언급되던 것과는 달리 「기득권의 과감한 양보」 「당헌당규의 개정」등 나름대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됐다.
야권통합과 당체제정비는 정권교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한 「양날개」라 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이대표의 무게중심은 당내문제에 쏠려있었다. 이대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우리의 체질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목만해도 원론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강을 해치는 일체의 불순한 행위를 외면하지 않겠다』 『당개혁과 효율화를 위해 당헌당규의 개정도 검토해야한다』는 언급은 평상적인 감각과는 달랐다.
특히 당헌개정이 전당대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대표의 체제정비론이 지도체제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음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희상비서실장등 측근들도 『신중한 이대표가 당헌개정과 그 이면의 전당대회를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대표가 보선의 여세를 몰아간다고해서 강력한 리더십이 형성될지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게 도사리고 있다. 경주보선으로 영남지역의 원외위원장들이 이대표쪽으로 확실히 기울었고 일부 「중립적」의원들도 범주류에 기웃거리지만, 그 세가 압도적이지 않다는것이다. 사안이 다르기는 하지만 명주·양양보선의 승리도 그 「약효」를 몇달 지속시키지 못했었다. 현실적으로도 비주류의 수장인 김상현고문이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며 끌어안은 지지세가 상당하고, 또 다른 최고위원들이 보선결과만으로 이대표의 위상강화를 인정해줄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야권통합도 마찬가지로 가능과 불가능의 양날위에 서있다. 이대표는 『국민들은 대체세력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수권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야권은 반드시 하나로 뭉쳐야한다』고 통합의 당위성을 한껏 강조했다. 이대표는 통합의 실현을 위해 기득권양보와 문호개방을 제시했다. 기득권양보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신민당에 당직·지도부의 자리를 충분히 할애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대표의 측근들은 신민당의 주요 인사들과 접촉을 내밀히 추진, 반드시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신민당의 의도, 민주당의 내부사정과 연결지으면 가능성의 농도는 묽어지고 만다. 신민당에는 통합의 명분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우선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실이파들도 적지않다. 또한 민주당내에도 신민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중진의원들이 있다.
이처럼 당체제정비나 야권통합은 이대표의 의지만큼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있다. 결국 경주의 승리는 이대표에게 야권통합과 리더십강화라는 기나긴 「레이스」의 출발선상에 서는 기회를 제공했을뿐 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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