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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봉/북 처리방향 최대 관심/미 “대북3단계회담 성패가늠”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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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봉/북 처리방향 최대 관심/미 “대북3단계회담 성패가늠”촉각

입력
199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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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3국 반출 허용땐 긍정적 신호/김정일 첫수 주목… “재처리면 파국” 북한이 영변 5 원자로에서 꺼낸 8천여개에 달하는 연료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미행정부 관리들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문제는 오는 5일 재개되는 북미 고위급 3단계회담에 1순위 의제로 올라가 있으며 백악관 직속의 과학기술정책처는 국무부 대북협상팀의 자문에 응해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관리들은 연료봉 처리문제가 김정일체제 등장 이후 최초로 열리는 제네바의 북미대화에서 핵개발 동결약속과 관련한 북한측의 성실성을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즉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문제의 연료봉을 북한 내의 안전한 장소에 매장하는데 동의하거나 제3국으로의 반출을 허용한다면 이는 김일성의 대미 핵정책이 김정일체제에서도 계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이 이들 연료봉의 재처리를 고집하거나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처리방법을 고수하는 경우 북미협상은 난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제네바 협상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건」 이들 연료봉을 재처리하는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재처리 과정의 부산물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도 최근 하원외교위 증언을 통해 『연료봉의 재처리는 대북협상의 기초며 북한이 이를 허무는 경우 협상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이 지난 5월말 추출한 8천여개의 연료봉은 영변핵단지 내의 물 탱크에서 냉각 중인데 표피의 부식상태로 보아 이달까지는 처리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갈루치차관보도 연료봉처리가 시급함을 지적하면서 『연료봉의 부식상태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방사능 누출은 물론 화재위험도 따른다』고 지적했다.

 미관리들은 북한이 연료봉의 제3국 반출에 응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으나 북한이 소위 「핵주권」을 이유로 이에 반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고려했던 「제3국」은 북한이 보유한 흑연감속형 원자로운영에 기술적 경험이 축적돼 있는 프랑스 영국 러시아 일본 중국등이었으나 일본은 한국의 반대로 일찌감치 제외됐다. 나머지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북한측의 입장은 불투명하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끝내 연료봉의 제3국 인도에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이들 연료봉을 또다른 봉에 씌워 영구매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행정부의 한 관리는 『미국으로서는 연료봉의 영구매장에 따르는 장비와 물자 그리고 기술을 제공할 용의를 가지고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북한측이 제네바회담에서 여기에 얼마나 진지하게 호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이러한 (대북) 지원은 적성국 교역금지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으나 이것이 핵문제의 포괄적인 해결방안의 하나로 채택된다면 관련법규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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