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실시된 3개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자·민주·신민 3당이 골고루 1명씩 당선자를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자당은 강원도 영월·평창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둔 대신 대구수성갑과 경주에서는 패배하고 말았다. 완승을 노렸던 민자당으로서는 참패의 쓴 맛을 본 셈이다. 더구나 다른 지역도 아니고 대구 경북에서 모두 낙선된 것이 정치적으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특히 김영삼정부 출범 이래 줄곧 「반민자 비민주」라는 독특한 정치컬러를 과시하다시피 해온 대구에서 민자도 민주도 아닌 제3의 정당후보가 당선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대한 앞으로의 민자당의 대응요법이 주목된다. 즉흥적이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이 연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대신 민주당은 야당 부모지였던 경주에서 당선자를 냈다고 의기양양하다. 민주당은 곧 호남정당이라는 인식을 깼기 때문이다. 정당의 지역성이 타파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만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또다른 형태의 지역감정이 크게 작용했던 인근 대구지역과는 대조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보선은 어디까지나 전체 2백37개중 3개지역에 불과한 국지전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라 전체, 국민 전부의 뜻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거나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각 정당이나 후보들이 일희일비하는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오래 가리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변수에 의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얘기다. 있는 그대로 나타난 결과만을 차분히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면 그만이다.
이번 보선을 계기로 우리 선거풍토가 새롭게 탈바꿈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락상의 극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 뿐이지 완전무결한 선거였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도 정책대결이 아니고 감정대립의 차원에서, 지역대결의 형태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면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선거에서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만한 쟁점들을 부각시켜 정당과 후보끼리 충분한 논쟁을 벌이고 그 과정과 결과를 보고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선거풍토에서 가장 크게 작용해온 인간적인 동정이나 혈연·지연·학연등도 이제는 냉철하게 생각해야할 때가 왔다. 그보다는 국정과 의정을 얼마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느냐를 먼저 관찰하고 표를 던지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번 보선결과를 분석하면서 지나친 규제때문에 분위기가 저조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그것이 공명을 위한 제약이었다면 얼마든지 달게 받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현단계의 우리 선거풍토에서는 아직도 공명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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