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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가치 떨어지면 「수용소」로/납·월북자 생활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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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가치 떨어지면 「수용소」로/납·월북자 생활실태

입력
199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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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기계적인 대남선전도구로 전락/사상성 문제되면 간첩으로 몰려 “증발” 납북자 혹은 월북자들의 북한 생활은 어떠할까.

 전수도여고 교사 고상문씨(46)등 일부 납북자들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돼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고씨와 같은 납북자 혹은 자진월북자들의 북한내 생활 실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강제로 끌려갔든 자진 월북했든 아무튼 북으로 간 사람들은 일단 「의거월북한 공화국 영웅」으로 추대되는 것이 보통이다. 납북 당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강제납치임이 명백했던 고씨의 경우도 처음에는 그랬었다. 특히 지난해 송환된 이인모노인은 최근까지도 「영웅」칭호를 받으며 각종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월북자」들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고 선전해 오고 있으며 실제로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납북·월북자의 상당수는 정치범수용소등에 격리 수용되거나 「대남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정부기관이나 관련단체등이 추산하고 있는 납북·월북자 수는 대략 4백50∼5백여명으로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이 현재 어떤 생활을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다만 귀순자들의 입을 통해 몇몇 사람들의 생활만이 알려졌을 뿐이다.

 이들중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기계적인 대남선전용 「도구」로 전락해 있는 고학력자나 지식인 출신들. 한때 월북했다가 도로 귀순한 오길남씨(52)에 의하면 67년 프랑스유학중 입북한 정현룡씨(51·서울대 금속공학과졸)와 82년 독일유학중 입북한 이창균씨(54·서울대 철학과졸)등은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산하 칠보산연락소 부소장과 고문을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69년 12월 납북된 KAL여승무원 성경희씨(46)와 정경숙씨(47)는 이곳에서 「구국의 소리」방송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는 이들이 본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북한 김책공대 교수들과 강제결혼까지 했다고 증언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오씨는 또 정현룡씨의 경우 「장석규」로, 성씨는 신모, 부산대 교수출신의 윤노빈씨는 「정용호」, 이창균씨는 「리인기」,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의 윤향이씨는 「한승애」등으로 각각 「창씨개명」돼 있다는 것.

 이들은 대남선전차원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는등 이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먹는 문제 만큼은 북한의 부부장급(차관급)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일 따위는 상상도 못한다고 오씨는 말하고 있다. 또 어디에든 자신의 글을 실을 수 없으며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당세포비서나 생활지도원, 당간부등으로 제한돼 있어 일반주민들과는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만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일부 젊은 월북자들은 정치학교를 나와 당성을 인정받은뒤 인민배우와 결혼까지 하는등 비교적 잘 적응한 경우도 물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납북자나 월북자들은 초창기의 대우와는 달리 일정기간이 지나 선전효과가 떨어지면 그때 부터 다시 「등급」이 재분류된다. 고씨 케이스가 대표적이지만 고씨 외에도 북한체제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표시했다 하여 곧바로 산간벽지로 쫓겨가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경우가 허다 하다는 것.

 가령 80년7월 월북한 염규환씨등 4명은 월북당시 환영군중대회등 환대를 받았으나 이후 사상성이 문제가 되면서 「남한간첩」으로 몰려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북송재일교포들의 경우도 처음에는 가져온 돈으로 주민들 속에서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생활필수품부족으로 일본의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이때 편지등을 통해 불평을 토로하다 수용소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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