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양산→대본소 보급」 탈피/「서점용」 출판·영상산업 연계 시급 만화가 좋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문화산업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 보편화되어 있는 「공장식 대량생산체제― 대본소 보급」형태를 개선하고 만화영화 등 관련산업과 보다 긴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만화산업에 대한 논문이 쓰여지는 것이 드문 일인데 한창완씨는 최근 서강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만화산업 연구」에서 한국만화 산업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만화시장의 구조와 문제를 처음으로 파헤친 이 논문은 먼저 국내만화산업의 영세성과 저급성의 원인을 정치·경제·사회적인 차원에서 찾고 있다.
최근까지 만화는 사전심의를 통한 과도한 규제 때문에 소재가 제한되고 내용이 왜곡됨으로써 시장성이 부족했고 결국 자본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 저질만화가 판을 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만화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만화가게」로 불리는 대본소와 인기작가 중심의 도제식 대량제작형태인 「만화공장」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만화를 빌려주는 대본소 체제 하에서는 상품의 수명주기가 짧아, 작가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작품을 대량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인기작가는 만화 생산단계별로 팀을 두고 도제식으로 작업을 진행시키는 「만화공장」의 「공장장」개념으로 부상하여 내용보다는 양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만화공장」은 상품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역량있는 만화가를 키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대부분이 10년이 넘도록 부분적인 작업에만 종사하므로 시나리오 구성과 독창적인 캐릭터 개발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방송사 중심의 국내 애니메이션업계는 저렴하고 일정한 인기도를 유지할 수 있는 외국작품을 수입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VTR 보급이 확대되고 만화전문 유선방송까지 설립돼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만 영상시장마저 미·일등에 의해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만화시장과 관련된 전자오락 프로그램이나 팬시·캐릭터 산업이 밀접한 연계를 맺지 못해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므로 약 3조원에 이르는 관련산업의 시장이 외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는 만화의 질적 개선과 전문화를 이루기 위해 단행본 만화를 「서점용」으로 일원화하고 상품주기가 끝난 책만을 대본소에 비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POS 시스템(판매시점 정보관리체제) 등을 도입하여 출판량과 판매량의 정확한 통계를 통해 체계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만화공장」을 만화책 시장과 영화시장을 이어주는 전문 프로덕션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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