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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 유감(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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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 유감(1000자 춘추)

입력
199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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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높은 집인양 우리 집엔 날마다 제일 많은 양의 우편물이 전달되니 집배원 아저씨께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우편물 중에서 주종을 차지하는 전시회 안내 팸플릿은 대부분 화랑과 작가들이 보내주는 것들이다. 나는 그들의 정성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인사말이라든가, 작품평, 작품사진, 작가경력등을 비교적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인데, 팸플릿을 통하여 그 작가의 기량을 가늠하게 되고 관심이 가는 전시는 수첩에 전시날짜를 기입하여 그 기간에 꼭 전시장을 찾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팸플릿과 전시된 작품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경우 전시장을 찾은 것을 곧 후회하게 된다.

 가령 음악발표회 초청장을 받아보고 프로그램에 평소에 본인이 좋아하는 곡이 실려 있을 때 반가운 나머지 바쁜 일을 다 제쳐놓고 그 공연장을 찾았다고 하자. 그런데 기다리던 곡 대신 전혀 엉뚱한 곡을 들려 주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우롱당한 기분이 들 것이고 그 음악가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처사에 실망을 느낄 것 아닌가.

 팸플릿 게재 작품과 전시된 작품이 다른 경우는 조각분야가 많은 편이며 특히 단체전에 그런 사례가 빈번하다. 이 사실은 작가들이 불행하게도 작품외적인 일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거나 아니면 게으르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조각은 그림과 달리 제작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팸플릿 자료제출시 미완성이거나 아직 중간재료로 진행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나 개인 생각으로는 무분별한 단체가입을 지양하고 가능한 한 여유를 갖고 완성된 작품들을 미리 촬영하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의없이 감상자를 무시하는 지금과 같은 관행을 되풀이할 바에는 차라리 출품작의 모형사진이나 드로잉을 게재하는 것이 그래도 낫다고 본다. 작가들이 이 점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소홀히 취급한다면 감상자들은 차츰 전시장에 발길이 뜸해지고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더이상 가짜 팸플릿을 만들어 감상자들을 혼란케 해서는 안된다. 전시되는 작품과 팸플릿이 일치되는 것은 기본상식이다.<고정수·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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