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가마비사태·국제유가 급등·내전위기 고조/나이지리아 파업 파장확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가마비사태·국제유가 급등·내전위기 고조/나이지리아 파업 파장확산

입력
1994.08.03 00:00
0 0

◎대중교통 스톱… 은행 등 문닫아/브렌트유 배럴당 20불 최고치/27년만에 종족분쟁 재연 암운 민주화를 요구하며 한달이상 이어지고 있는 나이지리아 석유노동자 파업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전국이 마비상태에 빠지고 국제유가가 치솟는등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초 2개 석유노조가 군정퇴진과 구속된 야당지도자 모슈드 아비올라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은 총 3백5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나이지리아노동의회(NLC)가 3일부터 연대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더욱 번지고 있다. 이번 파업에는 석유채굴 현장의 생산직 노동자뿐 아니라 관리직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수도 라고스를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대중 교통수단이 정지했고 은행과 관공서, 공장이 문을 닫았다. 석유는 이나라 경제의 힘줄이자 권력의 기반이기 때문에 석유노조의 파업은 정권을 흔드는 태풍이다.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내 6번째 산유국으로 아프리카대륙 석유매장량의 3분의1을 보유하고 있다. 파업악화 전망에 따라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1일 브렌트유값은 9월인도분기준으로 배럴당 런던 시장에서 19.38달러, 뉴욕시장에서 20.94달러에 거래돼 약 1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올랐다.

 나이지리아 석유산업은 네덜란드의 쉘, 미국의 텍사코, 셰브론, 모빌, 프랑스의 앨프등 외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번 파업때문에 석유를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선언, 국제유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야당지도자 아비올라가 지난 6월 군부에 의해 투옥되면서 비롯됐다. 선거결과가 아비올라의 승리로 드러나자 당시 군정지도자인 이브라힘 바반기다장군은 이를 무효로 선언했고 이에 대한 저항이 드세자 허깨비 민간정부를 세워 정권을 넘겼다. 그래도 국민들의 저항이 그치지 않자 그 혼란을 틈타 선거 다섯달만인 지난해 11월 사니 아바차장군이 무혈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그는 1960년 나이지리아 건국이래 일곱번째 군사통치자로 등장한 것이다. 아바차장군은 전임자들처럼 민정이양을 약속하며 지난 6월에는 민주헌법제정을 위한 국민평의회까지 소집했다.

 그러나 이때 아비올라가 선거 1주년을 맞아 스스로 대통령으로 선언하자 아바차는 그를 반역죄로 몰아 감옥에 가둬버렸다.

 군부의 거듭된 약속위반과 우롱에 분노한 국민들은 마침내 석유노조를 기수로 일어섰다. 파업과 시위는 폭력을 불러 라고스시내에서 시위대가 상점을 털고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쏘아 이미 수십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부는 그러나 파업을 주도하는 노조지도자들을 체포하는등 탄압을 늦추지 않고 있어 파업은 당분간 진정될 기미가 없다.일각에서는 군부지도자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비올라를 석방하고 그에 대한 모든 혐의를 취소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영국은 서로 말도 안통하는 2백50여 부족들을 자국의 편의대로 멋대로 짜깁기해 연방형태로 이 나라를 만들었다. 그로 인한 종족갈등은 이미 1960년대말 비아프라내전을 초래, 무려 2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967년 7월부터 32개월간 계속된 이 내전은 유전이 몰려있는 동부지역의 주민 이보족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일어났다. 그로부터 4반세기가 지난 지금 요루바족 출신 아비올라의 존재는 또다른 종족분쟁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