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조불 규모… 첨단경쟁 가속/중·인 등 수요무한… 선진국선 「차세대용」/AT&T·지멘스 등 통신장비 장사로 “재미”/“앞으론 VAN·ISDN이 황금알 낳는 거위” 70년전만 해도 「전화」하면 미국의 AT & T사로 통했지만 AT & T가 주름잡던 통신제국 시대는 이제 끝났다. 통신분야가 석유나 철강, 심지어 컴퓨터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이 황금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많은 경쟁자들이 사활을 걸고 다투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미국의 경영자문회사 앤더슨 컨설팅의 분석에 의하면 오는 2000년 세계통신시장의 규모는 현재의 2배인 1조1천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누가 더 빨리 정보에 접근하느냐가 모든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중국에서 체코까지, 멕시코에서 중동까지 모든 나라가 이같은 시대 기류를 타느라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상전화, 이동통신, 위성전화등이 놀랍게 발달하고 있다. 올 한해만도 전세계적으로 1억회선의 전화가 증설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1백명당 1대꼴에 그치고 있는 전화보급률을 금세기말까지 4배로 끌어올릴 계획이고 인도는 통신 현대화에 1백50억달러를 쏟아부을 작정이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같은 선진국들은 주문식 비디오(VOD)나 홈쇼핑등 차세대 통신의 총아가 될 쌍방향 통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경없는 지구촌의 통신시장 개방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미 유럽은 영국이, 아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주도권을 잡았다. 80년대들어 민영화된 남미와 유럽의 통신기업들이 그동안 정부가 독점했던 거대시장을 흡수하기 시작하자 다국적기업인 시티뱅크, 앨런 본드, J·P·모건등 미국의 거대 자본들이 이들 기업을 사려고 수십억달러씩 쓰고 있다.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를 방불케하는 이 대질주에서 제일 먼저 재미를 본 것은 통신장비 회사들이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2백50억달러에서 97년에는 1천8백40억달러로 50% 가까이 커질 것으로 기술컨설팅회사인 데이터퀘스트는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 알카텔과 독일 지멘스는 과거 식민지 경영에서 쌓은 친숙함을 무기삼아 남미 시장을 파고 드는데 성공, 교환기를 비롯한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AT & T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AT & T를 비롯한 미국기업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정보고속도로와 같은 차세대 정보통신 분야의 하드웨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미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AT & T가 사우디아라비아 통신망 현대화사업을 수주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은 것이며 미무역대표부(USTR)는 일본 정부와 무역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며 협상을 벌인 끝에 모토롤라의 일본시장 지분을 향후 7년간 5배까지 늘리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지원 덕분에 미국의 통신분야 무역수지는 지난해 10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으며 특히 통신장비 수출액은 전년보다 24%나 급증한 97억달러를 기록했다.
지금은 통신장비라는 하드웨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노릇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자리는 부가가치통신망(VAN), 종합정보통신망(ISDN) 등 소프트웨어적인 서비스 분야에 넘어갈 전망이다. 데이터퀘스트는 통신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5천만달러에서 97년이면 6천8백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첨단경쟁으로 성패를 겨루는 통신시장 쟁탈전은 21세기를 맞아 눈부신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정리=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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