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문씨 부인·딸 한적에 눈물의 편지/“우리 세식구 만날 희망 잃지마세요”/조복희씨 『아빠가 보고 싶어서 몰래 운적도 많습니다. 지금 아빠가 정치범수용소라는 어둡고 답답한 곳에 계신것이 너무 마음에 걸리고, 아빠가 건강히 계시기를 바랍니다』
79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납북된 전수도여고교사 고상문씨(46)의 딸 현미양(15·예일여고1)이 2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의 일부이다.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이 아빠가 돌아오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원하며 펜을 듭니다』라고 시작된 현미양의 편지에는 아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듬뿍 담겼다.
현미양은 편지에서 『지금이나마 오셔서 아빠에 대한 사랑을 알고 싶습니다』면서 『아무쪼록 국가에서 힘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썼다.
부인 조복희씨(43)도 편지를 썼다. 딸의 것과 함께 적십자사에 보낸 편지에서 조씨는 『마지막 그림엽서에서 하루 빨리 한국에 돌아오겠다던 자상한 당신이 납북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청천벽력이 아직도 내머리에 충격으로 남아있습니다』라고 남편의 납북 당시의 충격을 토로했다.
딸을 바라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는 조씨는 『말을 배울 때부터 아빠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아이에게 외국으로 떠났다고 임시방편으로 말해주었지만 「아빠는 왜 안와, 왜 편지 한장 없어」라고 물어대는 현미를 더 이상 속일수 없어 중학교에 들어간 날 사실을 말해 주었더니 현미는 울먹이면서 말하더군요. 「우리엄마가 너무 불쌍하다고…」』라고 썼다.
국제사면위원회에서 고씨의 생존소식을 확인했을 때의 심정을 오히려 「담담하다」고 밝힌 조씨는 『우리 세 식구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도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지난 15년 기다림의 세월이 하나도 무심하지않다는 것 너무도 감사합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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