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투표를 하는 대구 수성갑, 경주, 영월·평창등 3개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그동안의 운동 양상에서 깨끗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도 이제 선거를 깨끗하고 조용하게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선거였다. 선거풍토의 획기적 변화를 겨냥한 통합 선거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선거혁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공명선거의 꿈이 이제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면 선거는 바로 돈이라는 등식을 깬 것이다. 수십억원씩 들어간다던 종래의 국회의원선거에 비하면 이번 선거는 돈을 거의 쓰지 않은 편이다. 법정비용의 반도 쓰지 못했다는 후보들의 실토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돈줄을 막는데 성공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동안의 선거운동기간중 금품수수시비나 금권시비가 없었던 점으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관권개입 시비도 전혀 없었다. 통·반장들이 나서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한다고 떠들썩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선거때만 되면 날뛰던 브로커들도 이번 선거에서는 맥을 추지못했다. 과거에는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유세장의 분위기도 차분했다. 동원된 군중도 없었고 박수부대도 눈에 뛰지 않았다. 그러니 연설회가 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옛날엔 돈을 주고 청중을 동원하는게 당연했다. 군데 군데 사람을 싣고 온 전세버스가 서있을 정도였다. 동원 군중이나 박수부대로 인해 유세장이 시끄러워지고 야유와 폭력까지 난무하는게 예사였다.
유권자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 표 줄테니 돈 달라고 손 벌리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새 선거법에서는 그런 행위도 처벌대상이다. 막판에 과열시비가 있긴 했으나 흑색선전이나 인신공격도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이처럼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많은 감시의 눈초리들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 시민단체 자원봉사요원에 언론과 상대후보의 감시의 눈도 크게 한몫했다.
온 국민이 감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엄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것이다. 돈을 뿌리거나 법을 어기면 당선돼도 무효라는 무시무시한 법때문에 후보들이 바짝 긴장한 탓도 있다.
그러나 이번 보선을 가지고 장래의 선거를 모두 낙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처럼 3곳만 아니고 전국적으로 일제히 벌어지는 국회의원총선거나 내년 6월 동시 실시되는 4개 지방선거 역시 깨끗하고 조용하게 치러질때 비로소 선거혁명은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감시의 눈이 없더라도 후보자나 유권자들이 자율적으로 법을 충실히 지킬 수 있는 단계에까지 가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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