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년전 오늘, 장회장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는 비보를 접하고 깜짝 놀랐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49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장회장을 생각하노라면 지금도 목이 메어 오는 것은 우리의 만남이 너무 짧았던 탓이겠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욱 나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장회장이 이 땅에 너무나 많은 할 일을 남겨 놓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벌여 놓은 무수한 일과 당신이 해야 할 엄청난 일이 산재해 있는데 당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먼저 떠나 갔습니다.
한국일보 자매지 서울경제신문이 강제 폐간되었을 때 마치 친자식을 잃은 듯 괴로워하던 모습과 다시 서울경제신문이 복간된 88년, 죽었던 자식이 돌아온 듯 너무 기뻐서 흥분하던 그 모습이 여전히 내 눈에 아른거립니다.
인정이 너무 많아 신문사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을 들어도 언제나 직원을 가족같이 감싸주며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던 장회장의 큰 뜻은 남아 있지만 당신의 모습은 이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없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여 정력적으로 일하던 근면성과 성실함, 그리고 월요일자 신문을 만들어 신문없는 날을 없앤 획기적인 창조정신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떠난 장회장을 이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의 수많은 곳에 사랑의 쌀 보내기를 시작한 당신의 희생과 인도주의 정신은 아직도 세상에 남아 밝은 빛을 발하고 있지만 장회장은 그저 아무런 말없이 이승의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당신은 떠나 갔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흘렀습니다.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당신은 스러져 갔지만 아직도 나의 가슴속에, 그리고 우리의 가슴속에 장회장의 큰 뜻과 높은 정신이 살아 있어 이 혼탁한 세상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비록 연배는 다르지만 언제나 진실된 친구로 만나던 우리가 헤어진 지도 벌써 1년. 그러나 장회장이 남긴 수많은 정신적 유산은 언제나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장회장,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언제나 내 가슴 속엔 장회장의 웃는 모습이 남아 있는 듯하오. 편안한 잠 주무시고 계심을 늘 믿습니다.1994년 8월 2일<대우그룹 회장>대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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