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인류의 무분별한 산업화와 자원고갈의 재앙을 경고한 것은 1972년이었다. 그 클럽은 금년에 다시 21세기에서 부닥칠 인간과 자연의 불균형을 경고했다. 『영등포는 항상 공장굴뚝이 연기를 내뿜는 영국의 블랙컨트리와 같다』고 예찬하면서 개발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던 우리는 이제 과소비로 환경을 해치고 있다. 어쩌면 이상고온이나 가뭄도 환경파괴 때문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독자들이 있다. 사실 가물었던 요즘 서울 거리는 에어컨을 켜고 달리는 수백만개의 「불덩어리」 차들로 현기증이 났다. 그래서 작은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열대야의 고통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입 전부를 전기료로 낼 각오인지 밤새껏 돌리는 위층 아래층 에어컨의 배기열과 소음으로 가중됐다.
몇년전 우리 장관이 프랑스를 공식방문한 일이 있다. 그는 한불 양국기가 펄럭이는 엘란트라 정도 크기의 차를 타고와 총리관저에 내렸다. 정장에 비지땀을 흘리며 무슨 차가 에어컨도 없느냐며 불평했다. 기온은 30도 정도. 나중에 비리사건에 휘말렸던 그는 프랑스에 에어컨이 없는 차가 더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제 우리에게도 깨어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한 주부는 『슈퍼마켓의 사은품 플라스틱 바구니를 결코 받지 않는다』고 투고했다. 곳곳에서 주부들은 우유곽을 잘 씻어 재활용시킨다. 물 오염을 줄이려고 가족들을 뒤따라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린다는 교수도 있다. 「나 하나 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환경의식이다.
기업들도 바이오니 그린이니 하는 접두사가 붙은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물론 광고팀의 제품 명명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 제조발상의 근본적 전환이다. 「차는 화석연료로만 가는게 아니다. 플래시나 라디오는 배터리로만 켜는게 아니다. 볼펜은 플라스틱으로만 만드는게 아니다. 은행잔고는 꼭 단말기를 프린트해서 아는게 아니다….」 환경파괴상품의 생산과 국제거래를 막는 그린라운드가 아니더라도 상품과 용역은 시대의 조류를 읽어야 한다. 제조자도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전기자동차, 태양광을 이용한 라디오, 태양광을 이용한 휴대폰 충전, 손으로 레버를 돌리거나 눌러서 발전하는 라디오나 플래시….
녹색시민은 환경 친화적인 녹색상품을 좋아한다. 가급적 티슈 대신 손수건, 치약 대신 소금, 종이컵 대신 유리컵, 1회용 대신 천 기저귀, 인스턴트식품 대신 신토부이 자연식품을 쓴다면…. 시민들은 환경을 위해 혼자서도 할 일이 많을 것이다.<여론독자부장>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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