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빠르게 변해간다. 개방의 힘이 얼마나 강하게 솟구치는지 무서운 생각까지 들었다. 4년만에 다시 찾은 북경은 흡사 선진국 도심과 같았다. 공항관리들은 친절하고 시내로 들어가는 새 고속도로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대로마다 외제 차와 택시의 물결이 인상적이다. 호텔·쇼핑센터·아파트건설붐이 한창이다.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하듯 외국투자가들이 몰려 온다. 출국 길에 만난 싱가포르의 젊은 사업가 제임스 스턴씨는 『중국은 매달 모습이 변한다. 북경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해안도시 모두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며 6개월의 체류기를 들려 준다. 중국이 오늘 사회주의국가인지 자본주의체제인지 외형만으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시장경제체제가 착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벌써 빈부차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데 놀랐다. 지도자의 개방의지에 따라서 한 나라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을 새 지도자로 맞은 북한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평양방송은 김정일을 『우리의 운명이고 미래며 조국통일의 구심점』으로 떠받들고 있지만 무언가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나갈지 궁금하다. 북한이 불안할수록 우리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북한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쉽다.
일본 법무부에서 북한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사카이 다카시씨는 한 세미나에서 『누구도 북한에 대해서 정확히 모른다. 단지 자기의 의견과 기대감을 섞어서 말할 뿐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탈북자의 이야기만 들으면 북한은 금방 망할 듯한데 그렇지가 않다. 무언가 우리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지난 5월 김일성은 중국에서 온 대표단에게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경제를 살릴 수가 없다. 빠른 시일 안에 남한과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미주의 선우학원박사는 미국인친선협회 회원들과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용순으로부터 『곧 남한과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에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가지고 온 것이다.
지금은 북한을 바로 알아야 할 때다. 너무나 뜨거운 마음과 주관적인 말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았으면 한다. 전문가들이 감정까지 섞어가면서 현학적으로 말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왔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도 흔들렸다. 때로는 침묵이 금일 때가 있다.
물론 북한이 오늘을 사는 길은 변화와 개혁 뿐이다. 폐쇄는 멸망에 이르는 길이다. 과감한 개방의지만이 필요한 때다. 김정일은 하루빨리 중국의 개방지역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북한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만으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부자세습으로 정권을 잡은 장경국이 취한 경제정책이다. 그는 과감한 개방과 무역으로 아버지 장개석보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김일성 사망 때 북한을 다녀온 미주교포는 『북한은 크게 변할 것이다. 특히 경제정책에서 아버지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말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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