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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시대 단비같은 기사들/이민웅(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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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시대 단비같은 기사들/이민웅(나의 지면평)

입력
199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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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대회·무더위 보도 등 돋보여/귀순회견 신빙성 문제는 소홀한감 우리는 「무감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고 감동하지도 않는다. 심성이 거칠어지고 정서가 메말랐기 때문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남들이 어떤 일을 당해도 거들떠 보려 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한국문학인대회」에 관한 25일자 한국일보의 보도는 세상살이에 메마르고 거칠어진 심성을 달래주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기사였다. 평소에도 1면에 시를 싣는 한국일보다운 기획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문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날을 점검해보는 강연과 좌담에 관한 속보처리가 좋았다.

 한국일보는 아직도 사건에 강한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큰 사건이 벌어지면 예의 강점인 근성과 패기의 기풍이 되살아난다. 기상관측사상 최고라는 무더위와 가뭄에 관한 보도, 그리고 북한 고위층 친인척의 귀순 기자회견에 관한 보도에서도 한국일보의 기사처리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25일자 1면 머리기사와 사진은 칭찬을 받을만 하다. 특히 「물은 어디가고 사람만…」의 사진은 폭염과 시민들의 피서 북새통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냈다.

 26, 27일 영호남과 강원 일원에 내린 단비에 관한 보도도 각 지역의 강우량을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보여 줌으로써 가뭄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지역에는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28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된 북한 고위층 자제들의 귀순 기자회견은 워낙 내용이 충격적이라 여러 신문을 비교해 읽었다. 대체로 다른 신문들이 일문일답의 내용을 발언 순서대로 보도한 것과는 달리 한국일보는 발언 순서에 상관없이 개념 별로 재정리해 보도한 것이 좋았고 현안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는 몇개의 해설로 나누어 중점 보도한 것도 적절한 처리였다.

 다만 4면에 보도된 강명도씨의 가계도와 가족사항, 그리고 조명철씨의 가족사항에 관한 도표는 기사내용의 성격에 비추어 3면의 「북한 족벌권력 균열조짐인가」제하의 해설기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회견장에서조차 귀순 동기의 설득력과 회견내용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음에 비추어 당일에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일보는 대체로 큰 사건에 강한게 장점이다. 그러나 약점은 오히려 큰 기사가 없는 날에 나타나고 있다. 아이러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현안과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한국일보 나름의 편집방침이 확고하게 서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신문의 기조와 상관이 있다.

 필자가 자주 지적하는 말이지만 신문은 해석저널리즘의 전개와 더불어 만인을 위한 만인의 신문보다는 대상 독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그들의 욕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색깔있는 언론으로 변모해 가는 추세에 있다. 한국일보가 표적으로 삼는 주독자층은 과연 누구인지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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