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대장급이어 강희원부총리도 부음/「빨치산 영화」 최대위기 김일성 사망을 전후해 그와 함께 북한내 정권을 수립하고 지켜 왔던 이른바 혁명원로들의 부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상오 해방 직후부터 행정기관 내에서 김일성의 수족역할을 했던 강희원 부총리가 7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함경남도 금야군 사립학교 교원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숭실전문학교를 중퇴한 뒤 노동자생활을 하다 해방 직후 김일성에 의해 발탁돼 전기성 간부를 시작으로 93년 11월까지 평양시 행정경제위원장·당책임비서를 지내다 신병으로 활동을 중단했었다. 사망 직전 당권력서열은 18위의 정치국후보위원.
27일에는 김일성에게 순사하듯 빨치산출신 대장 조명선이 사망했다. 1916년 태생인 그는 빨치산 사병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에는 대대장급에 불과했으나 59년 47사단장으로 승진한 뒤 84년부터는 권력핵심기관인 사회안전부 부부장으로 백학임(76) 사회안전부 부장과 함께 치안유지의 축을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당시 직책은 강건 종합군관학교 교장.
지난달 1일 사망한 주도일차수(78)는 그의 부음이 김일성에게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측근. 빨치산 시절 김일성의 연락병으로 생사를 같이 했던 그는 한국전쟁 당시 제4군단 교도연대장이었으나 80년대부터는 평양방위사령부 사령관으로 김일성의 곁을 지켜 왔다. 이밖에 김이창대장(1월3일) 이두수대장(2월5일)등이 올해들어 사망한 빨치산출신 군장성들. 빨치산출신은 아니지만 5월중에는 이동춘대장(8일) 권민준 당중앙위 후보위원(16일) 박수동 전농근맹위원장(25일)등도 사망했다.
이들의 사망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소위 혁명 1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권력상층부의 자연스러운 인사개편이 이루어질 조짐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기 때문.
정부당국의 집계에 의하면 북한군에서 대장급 이상 차수·원수급 고위 장성중 53%는 아직도 70대 후반의 빨치산출신들에 의해 점유되고 있다. 북한군 지휘기관중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총정치국등에서는 혁명 2세대로 세대교체가 대부분 이루어졌으나 당중앙군사위원회는 아직도 원로급의 입김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김일성 장례기간에는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당중앙위와 알력을 빚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빨치산출신으로 오진우 인민무력부부장(78) 최광 총참모장(76) 백학임 사회안전부장(76) 김철만 국방위원(75) 이을설 호위총국장(74)등은 모두 같은 세대이면서 권력중추를 장악하고 있는 인물들. 백학임차수는 빨치산시절 김일성의 호위부대장을 지내며 엄동설한의 산 속에서 기진맥진한 그를 구해준 일화가 따라 다니는 골수 빨치산이나 최근 공식행사에 참석지 않고 있고 장례·추도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있다.
현재 권력상층부에 머무르고 있는 빨치산출신들은 70년대 김정일의 후계자 부상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빨치산동료들을 숙청, 좌천하는데 가담했던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방 직후 소련군정시절부터 김일성과 함께 누려온 이들 빨치산출신들의 영화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 지가 관심거리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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