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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반도 점거계획(러 외교문서로 본 6·25:7·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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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반도 점거계획(러 외교문서로 본 6·25:7·끝)

입력
199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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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소승인 못받자 “경계단축” 제한전 건의/김 “남 사기저하되면 공격지속”/소 “장기전화… 시기상조” 제동 김일성은 해방후 줄곧 종주국인 소련에 「군사원조만 해주면 한반도에서의 무력통일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득시키느라 애를 태웠다. 그러나 소련의 반응은 6·25를 승인하기 전까지는 일관되게 『시기상조』였다.

 이번에 공개된 6·25관련 러시아 외교문서에 의하면 김일성은 전면전을 도발하는 것이 소련의 「흔쾌한 승인」을 받지 못하자 남한지역 내의 해방구건설 또는 옹진반도점령이란 제한전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방구건설은 미군철수 직후인 49년 8월12일, 김일성이 슈티코프 북한주재 소련대사를 면담할 때 종래의 대남전면공격주장을 대신해 제안한 것이다. 즉 38선 이남지역인 강원도 삼척지역에 「해방구역」을 건설해 남한내 사회주의 근거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틀 뒤에 슈티코프를 다시 만난 김일성은 재차 대남공격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인민군에 대한 소련의 기술과 무기의 추가지원만 있으면 어떤 형식의 대남침략이든 성공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때 김일성은 해방구건설 또는 전면전 대신에 제3안으로 38선 이남 황해도 옹진반도의 무력점령계획을 꺼내놓았다.

 수 차례에 걸친 면담을 통해 대남공격에 대한 김의 집착을 파악한 슈티코프는 일단 그해 8월27일 스탈린에게 김일성이 구상하는 대남전면공격은 불가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보고하면서 「제한전」을 건의하게 됐다.

 당시 슈티코프는 스탈린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전면전 불가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즉 북한의 공격시 미국은 남한에 대한 무기탄약 공급 뿐만 아니라 일본군의 파견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의 공격은 미국에 의해 대소련 모함·선전공세에 이용될 수 있으며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은 아직 남한에 대해 압도적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남한에는 이미 강한 군대와 경찰력이 상당수 창설되었다는 등이었다.

 슈티코프는 따라서 김일성이 제의한 해방구역창설계획이 효율적일 수 있음을 개인의견으로 첨부했다. 또한 인민군에 의한 옹진반도점령계획에 대해서도 남한의 반격시 지구전으로 변할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으나 군사적으로는 타당하다는 보고를 했다. 따라서 해방구건설 또는 옹진반도 점령계획은 스탈린의 결정에 좌우되게 됐다.

 이후 스탈린은 김일성의 주장에 대한 실현가능성의 검증을 위해 툰킨북한주재소련공사에게 김일성을 만나도록 한다. 툰킨과의 면담에서 김일성은 스탈린의 승인을 얻기 위해 옹진반도점령계획의 타당성을 입증하기에 애쓴다.

 김일성은 『옹진반도에 주둔중인 남한의 2개 연대를 공격, 일단 교두보를 마련한 뒤 상황을 봐가며 후속조치를 결정한다. 옹진반도 공격으로 남한군의 사기가 저하되면 대남공격을 지속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점령지역의 경계를 강화해 기존의 남북경계선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얻는다. 본격적인 공격은 소련의 군사지원이 도착할 때를 기다려 서서히 시행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툰킨은 옹진반도 공격계획에 대해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은 내전을 유발할 수 있고 내전발발시 북한의 승리담보가 어렵고 내전이 장기화될 경우 조선인민이 전쟁을 촉발한 북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는등 정치·군사적으로 유리하지 않으며 미국의 강력개입 및 반소캠페인 활용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반대의사를 스탈린에게 보고했다.

 그뒤 9월24일 소련 공산당중앙위는 『대내외적 상황으로 보아 대남공격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전면전 시기상조 입장과 『군사적으로는 타당성이 있으나 전면공격으로 간주되어 장기분쟁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남한쪽의 선제공격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옹진반도공격 신중 입장을 슈티코프에게 전했다. 이로써 한반도 내의 전운은 한 해를 넘기게 됐던 것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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