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어젯 밤에 죽었어요. 구하기엔 너무 늦었지요. 죽기 전에 아무 말도 없었어요』 프랑스 간호장교는 아이의 죽음을 이렇게 전했다고 29일 새벽에 들어온 로이터통신은 적고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디바디리구아였다. 우리는 이 다섯살배기 르완다 어린이를 알고 있다. 28일자 한국일보 국제면에 난 사진에서 이 어린이를 보았다. 상처 투성이로 갈비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이의 몸은 참담했다. 안경 쓴 프랑스 여군 의무장교가 주는 물을 힘없이 받아 먹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한없이 슬프게 했다.
디바디리구아 어린이는 지난 26일 생매장되기 직전에 구조됐다. 수많은 다른 시체와 함께 불도저에 떠밀려 구덩이에 묻히는 순간 한 프랑스 병사가 꿈틀거리는 어린이를 본 것이다. 구조된 어린이는 이름과 나이와 엄마가 죽었다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할 힘이 없었다고 한다. 구호요원들은 이 어린이가 난민촌에서 엄마를 잃고 며칠간 혼자 헤매고 다녔을 것이라고 전한다.
자이르의 고마 난민촌에는 디바디리구아와 같은 운명을 지닌 수많은 어린이들이 있다. 죽어가는 엄마 옆에서 하염없이 우는 어린이들, 움직일 힘이 없어 맨 바닥에 누워 퀭한 눈으로 하늘만 쳐다 보는 어린이들. 그들에게서도 어린이의 천진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엔아동기금은 르완다 내전으로 25만명의 어린이가 죽었고 15만명이 부모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디바디리구아 어린이가 죽던 날 유엔 관계자는 전 세계에 도움을 호소했다. 『우리는 시간과 싸우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약품과 식량과 구호요원들을 보내지 않으면 참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난민촌의 참상은 이 세계의 양심에 대한 모독입니다』
누가 디바디리구아 어린이를 죽였을까. 소년은 죽음을 맞으면서 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디바디리구아 어린이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 슬픔은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울컥 분노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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