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개국 내전발발-협상 악순환 양상/국경선·권력다툼·해묵은 원한등 원인 세계를 양분했던 냉전체제는 붕괴됐지만 지구촌은 동시다발로 폭발하고 있는 민족분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는 40여개국에 달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의 4분의 1정도가 내전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민족분쟁은 인종·종교분포를 무시한 강대국의 자의적인 국경선 획정, 위정자들의 권력다툼, 주변 국가들간의 해묵은 원한·갈등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족분쟁은 특히「인종청소」 「킬링필드」로 불리는 이민족 말살작업을 수반, 동반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최근 소수족인 투치족의 르완다애국전선(RPF)이 후투족 정권을 무너뜨린 르완다에서는 불과 3개월동안 7백50만명의 인구중 50만명이 희생됐고 2백여만명의 난민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두 종족의 반목은 1919년 독일로부터 르완다 식민통치권을 넘겨받은 벨기에가 통치 전략의 하나로 전인구의 10%에 불과한 투치족을 선택, 다수 후투족을 대리통치하면서 골이 깊어졌다. 르완다는 결국 구제국주의 국가의 종족분리정책과 일부 엘리트들의 정권다툼이 빚은 내전 때문에 시체들을 매장할 땅마저 부족한 킬링 필드로 변하는등 양민만 희생시켰다. 르완다와 분리 독립한 인접국 부룬디에서도 다수 후투족과 소수 투치족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최근 2천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소말리아에서는 소말리족 아래 6개 씨족이 암투를 벌여 92년 한해동안만 무려 35만명이 죽고 6백만명의 인구중 2백만명이 아사위기에 빠지는등 민족분쟁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세기 최후·최대의 위기」로 불리는 보스니아 내전도 민족청소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낼 만큼 잔악한 인종학살극을 빚고 있다.
구유고연방의 일원이었던 보스니아는 소련붕괴이후 동구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지난 90년 독립했다. 그러나 회교계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인구는 40대32대18,종교는 회교 그리스정교 가톨릭교)의 3개 민족으로 불안정하게 구성된 보스니아는 92년 4월 세르비아공화국이 주도하는 유고연방군이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침공하면서 내전에 접어들었다. 세르비아계는 1년만에 보스니아 영토의 70%를 점령했으며 이후 「소강상태―세르비아계의 공세강화―서방측의 공습경고―협상개시」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보스니아내전은 20만명의 사상자와 전체인구 4백20만명의 절반이상인 2백30여만명의 난민을 낳고 있으며 특히 세르비아계가 회교도 여성 2만명을 강간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등 추악한 내전의 상흔을 남기고 있다.
기독교도가 다수인 아르메니아와 회교도 주축의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인 거주지역인 나고르노를 둘러싸고 치열한 전투를 벌여 88년 이후 2만명이 숨지는등 역시 민족분규의 진통을 겪고 있다.
한편 아시아지역은 종족간 알력에 종교문제가 겹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내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은 파쉬튼, 하바라족등 9개 족벌이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고 인도에서는 92년 12월 힌두교도들이 회교사원을 점거, 2천명이 사망했으며 파키스탄은 인도에서 유입된 회교주민과 본토주민간의 주도권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티베트족의 독립요구 과정에서 지금까지 8만7천여명이 숨졌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동티모르의 독립을 요구하는 가톨릭계의 대정부 반란이 발생, 15만여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에서는 원주민인 인디오족의 지원을 받는 좌익게릴라들과 백인정부간에 충돌이 그치지 않는등 전세계는 크고 작은 민족분쟁에 시달리고 있다.<이종수기자>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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