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현상일뿐… 심판 관객에 맡겨야”/「미란다」 등 올 10여편 줄줄이/일부선 “흥행 치우친 「포르노물」” 공감 전나연극 「미란다」의 여주인공이 경찰의 외설성 수사를 피해 잠적하자 「벗는 연극」의 실상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유난히 전나, 반나의 「벗는 연극」이 대거 등장했고, 이 연극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다른 극단들은 같은 흐름으로 따라가기에 바빴다. 최근까지 과다 노출로 관객들을 자극한 연극으로는 「미란다」를 포함해서 「다카포」 「마지막 시도」 「욕망의 섬」 「영원한 제국」 「불의 가면」 「변하는 네가 두려워」 「불좀 꺼주세요」등 10여편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예술적 성취도를 인정받는 작품도 있으나 대부분 벗을 필연성이 없는 장면에서 벗는 작품들이어서 말초적 신경만을 자극하는 연극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이 「벗는 연극」 수사를 보는 연극계의 입장은 경찰수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연극계의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자율의 한계를 넘었다는 견해로 나눠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벗는 연극」이 외설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일부 연극인들도 「포르노에 가까운 저질 연극」에 관한 사법적 규제 움직임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또한 많은 연극인들은 경찰력에 의한 외설성 여부 판정이 순수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기도 하다.
경찰로부터 『「미란다」의 외설여부를 판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임영웅)가 입장발표를 유보한 것도 바로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극협회는 『이 극단이 연극협회에 속해있지 않아 굳이 입장표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예술단체로서 사법적 규제에 동참하기를 꺼렸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극협회는 『최근 이런 연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소개해 잘못된 호기심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많은 연극인들은 흥행을 위해 벗는 연극을 해 온 극단도 이 기회에 반성해야 하지만 예술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극은 연극인과 관객에 의해 심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영웅 이사장은『예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연극인들은 「벗는 연극」이 문제가 될 때마다 저급한 연극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자율규제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율규제」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이 문제이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극복할 새롭고도 효과적인 자율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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