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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갈수록 수렁에/동생 뇌물공여혐의 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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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갈수록 수렁에/동생 뇌물공여혐의 영장

입력
199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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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대책회의 밝혀져 여론 최악/연정도 내분… 연내사임 전망도 3년여에 걸친 마니폴리테(깨끗한 손―부정부패척결 수사)에 힘입어 지난 3월 정치입문 2개월만에 총선에서 승리한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총리가 집권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하루아침에 재벌총수에서 총리가 됐듯 위기는 너무나 일찍 찾아왔다. 그 위기의 뿌리는 바로 총리취임 후에도 총리와 기업인의 직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그룹 이름을 빗대 『피닌베스트 총리』라고 부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위기는 그 자신이 자초했다. 그는 지난주 45년간의 부패정권을 무너뜨리고 그를 총리로 만들어 준 치안판사들의 반부정부패수사에 제동을 걸려고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혐의자에 대한 치안판사들의 예비구금권한과 언론의 공개적인 보도를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표했었다.

 이는 베를루스코니의 정치력이 검증받는 첫번째 시험대였다. 결과는 그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반부패의 상징적 인물인 디 피에르로를 위시한 치안판사들의 반발과 연정세력 내부의 비판, 여론의 부정적 반응은 결국 포고령을 철회하는 수모를 그에게 안겨주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 포고령이 자신의 기업인 피닌베스트그룹과 혐의를 받고있는 그룹간부들을 마니폴리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그로부터 1주일도 안된 27일 치안판사들은 그의 동생 파울로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피닌베스트그룹의 고위간부 2명이 수뢰혐의로 체포됐다.

 베를루스코니는 일요일인 24일 자신의 밀라노 대저택에서 피닌베스트그룹 출신의 각료 2명과 그룹 최고위간부, 그룹변호사등을 불러 비밀리에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는 또 한번의 큰 실수였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베를루스코니가 총리와 기업총수의 역할을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대변인조차 『이는 총리의 잘못이다. 총리가 기업의 문제에 관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체포된 그룹간부인 살바토레 스치아는 피닌베스트 언론그룹의 세무담당책임자로서 그는 총리의 동생인 파울로가 세무당국에 뇌물을 주라고 지시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금을 적게 책정해 주고 세무조사를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리라를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파울로 베를루스코니는 피닌베스트그룹의 건설 보험 및 일간지등을 경영하고 있으며 형을 대신해 그룹전체와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울로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자 하원은 즉시 총리가 의회에 출석,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연정파트너인 북부동맹의 보시당수와 민족동맹의 피니당수도 전격 회동, 개각설을 부추겼다.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출범 10주째인 연립정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연정세력인 우파가 베를루스코니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면 베를루스코니는 사임해야 할 상황이다. 그가 연말까지 총리직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인가가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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