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솜씨·끈기 못당해/아주시장 등 석권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시내관광에 나서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가이드들은 마지막 관광코스로 시내중심가 코넛플레이스근방에 밀집한 카펫상점으로 안내해준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캐시미르산 카펫을 전시해놓고 판매하고 있다.
일단 관광객이 들어서면 단체나 개인을 가리지 않고 냉방장치가 잘된 쾌적한 방으로 안내한후 음료수를 대접한다. 조금 있으면 지배인이 점원들을 데리고 나타나 카펫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먼저 가장 잘 팔리는 크기의 최상품 카펫을 관광객 앞에 깔아 놓는다. 가로 4 세로 2·5짜리가 8백달러(64만원)정도. 지배인은 이어 더 큰 크기의 카펫을 차례로 5∼6장 관광객 앞에 펼쳐놓은채 반응을 본다. 별 반응이 없으면 이번에는 점차 작은 크기의 카펫을 늘어놓는다.
○흥정하면 꼭 결실
카펫 1개의 무게는 수십. 20∼30장의 카펫이 펼쳐지면 웬만한 관광객은 미안한 생각에 더 이상 펼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손한 표정을 잃지 않는 지배인은 연신 아무 문제가 없다며 계속 카펫을 보여준다. 안사도 좋으니 세계최상품의 카펫을 맘껏 보라는 얘기를 하면서 어떤 것이 최상품 카펫인지를 설명해준다.
이쯤되면 관광객중의 일부가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앞서 보았던 카펫들을 다시 보기도 하고 서로 비교도 해보기 시작하면 그 크기에 맞춰 점원들이 무늬가 다른 수십장의 카펫을 다시 펼치기 시작한다. 일단 카펫을 고른후 가격흥정에 들어서면 지배인은 이 카펫이 미국 유럽 일본 한국에서는 몇배나 비싸게 팔린다고 얘기를 하면서 10%정도 할인해 준다.
이미 절반쯤 고객이 돼버린 관광객이 10% 더 할인을 요구하면 지배인은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며 총지배인한테 간다. 조금후 지배인과 같이 들어선 총지배인은 몇분을 망설인후 고객의 손을 잡아 악수를 한다. 이로써 거래가 성립된 것이다. 이때 조금 더 할인하지 못한 것을 후회해도 이미 어쩔수 없다. 이같은 인도인의 상술은 아라비아숫자 0의 개념을 처음 만들 정도로 발달된 수리개념과 무더운 자연환경속에서 버텨내는 끈기에서 연유한다.
○상품경쟁력 문제
인도인들은 유태인 화교 앵글로색슨족과 더불어 세계 4대장사꾼으로 꼽힐 정도로 상술이 탁월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인도계가 최대 상권을 형성, 이들이 취급하는 상품들이 아프리카시장을 휩쓸고 있다.
KOTRA의 김대석인도지사장(48)은『인도상품은 품질이나 가격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인도인들의 상술이 빛을 발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의 장사감각은 탁월하다』고 평가하고『상품의 경쟁력만 갖춰지면 이들의 뛰어난 상술은 인도를 세계 시장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뉴델리=황상진기자>뉴델리=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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