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딜방아 거꾸로 세우기」 등/관람객 함께 농민아픔 호소 『유세차 갑술 음6월20일…』
28일 하오4시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조유전) 마당에서는 때아닌 제상이 차려지고 축문읽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 가뭄과 혹서로 전국이 타들어 가자 박물관이 기우제를 시연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정성을 다해 감히 고하나이다. 지금 한발이 심해 건조하며, 연일 폭염이 내리쬐어 내가 마르지 않은데가 없고…』
도포에 유건을 쓴 독축관의 애절한 제문낭독이 길게 이어졌다.
이에 앞서 기우제 형태중의 하나인 「디딜방아 거꾸로 세우기」가 펼쳐져 2백여 관람객의 호기심을 끌었다.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박물관 여직원들이 매점옆의 방앗간에서 디딜방아를 가져와 제상앞에 거꾸로 세웠다.
거꾸로 세워진 디딜방아에 물을 넣은 호리병(입구는 솔잎으로 막음)을 다시 거꾸로 묶고, 더럽혀진 여자 속옷을 방아다리에 걸쳤다. 디딜방아를 더럽히면 하늘이 이 「부정」을 씻기위해 비를 내린다는 것이다.
독축뒤에 초헌(첫번째 잔을 올림), 아헌, 종헌이 거행되고 제가 끝나가자 여직원들이 「키 까부르기」를 시연했다. 여인들은 임시로 만들어진 우물에서 푼 물을 키 위에 붓고, 키를 까불며 물을 흩뿌려 강우를 기원했다.
제상에는 정성을 다하기 위해 돼지머리 대신 소머리가 놓이고 주변에는 부정을 막기 위해 왼새끼(보통의 새끼줄과 반대로 왼쪽으로 꼰 새끼) 금줄이 쳐졌다.
이에 앞서 박물관 대강당에서는 「민속학에서 본 기우제」라는 제하의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에서는 「미신」으로 여겨져 사라져가는 기우제의 종류와 의미등이 소개됐다.
장수근문화재위원은 1백50여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기우제를 크게 여섯 종류로 분류했다.
「산상분화」는 한밤중에 수십개 마을의 제관과 주민들이 산 위에 모여 장작이나 솔가지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의식이다. 양기인 불로 음기에 해당하는 물을 부른다는 것이다.
또 마을사람들이 물병을 처마끝에 거꾸로 매다는 형태, 기우제 기간에 부인들이 키로 강물을 퍼서 머리에 이고 온몸을 적시며 뭍을 오르내리는 형태, 비가 내릴 때까지 장터를 옮겨서 계속 장사를 하는 「시장 옮기기」 형태등이 소개됐다.
이날 기우제는 「키 까부르기」 시연 뒤 관람객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강우를 기원하며 함께 음복하는 의식으로 끝났다.<서사봉기자>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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