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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없지만 「첩보」… 규명필요”/북 핵탄5개보유파문 정부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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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없지만 「첩보」… 규명필요”/북 핵탄5개보유파문 정부시각

입력
199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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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에 대비 확인작업 계속/핵개발-무기화 혼동 소지도 강명도씨가 27일 귀순 기자회견에서『북한은 이미 5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씨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리정부의 기존 핵외교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강씨의 발언이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사실확인 작업은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가 일단 강씨의 폭로가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우선 강씨가 기자회견도중 핵무기·핵폭탄·핵탄두등과 북한핵상황등을 혼돈했을 만큼 핵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강씨가 이같은 사실을 『장인(강성산총리)집으로 찾아온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조문백으로부터 들었다』고 전언하면서 『조문백은 영변핵관리를 담당하는 보위부요원』이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강씨는 당시 「조문백」이 주석궁의 물자조달책임자인 자신에게 혼수물품을 얻으러 왔다가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고 밝히고 있어 일개 보위부요원과 강씨사이에서 「북한 최고의 기밀」이 거론될 수 없는 정황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의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 『강씨가 북한핵개발에 관여했던 인물도 아니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북한당국자들의 말을 전해들었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 『북한이 체제안정을 위해 스스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내부선전을 해온 것을 우리정부는 알고있다』면서 『중국 연변지역에까지 이 소문이 새어 나왔으며 강씨는 그같은 「내부선전」을 그대로 전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강씨의 기자회견을 주선했던 안기부도 강씨의 이같은 발언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있다. 안기부의 고위당국자는 『그의 핵관련 발언은 그가 북한에서 제3자로부터 전해들은 사항이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정보가 없다』면서 『현단계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하나의 첩보」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안기부와의 사전조정이 없는 상황에서 기자회견장에 나선 강씨가 북한내부의 소문을 아무런 여과 없이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따라서 강씨의 발언으로 북한핵에 대한 우리정부의 기존 판단이 근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정부는 그러나 강씨의 발언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의지와 필요성을 갖고 있으며, 원료인 플루토늄을 보유하고있다」는 부분은 어느정도 인정해오고 있다. 따라서 강씨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핵문제를 다뤄왔던 것이다. 정부가 「북한핵의 과거투명성 확보」를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처럼 강조하고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핵의 과거투명성 차원에서 강씨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도 새롭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있다. 또 우리정부의 이같은 인식을 북미회담의 당사자인 미국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등 국제사회에도 전달해 보다 확실한 한반도비핵화의 실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강씨의 발언을 『사실의 폭로나 증언은 아니지만 첩보로는 볼 수 있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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