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참여」모처럼 한자리 마음열고 대화/강연·시낭송회 등 “작가와 독자가 한층 더 가까이”/21세기 우리문학 나아갈길 진지하게 모색 「한국문학인대회」는 우리 문단사상 최대의 문학토론회였고 문학인잔치였다. 전국에서 5백여명의 문인들이 경주 코오롱호텔에 모여 우리 문학이 세기말을 넘어 새로운 21세기로 나아갈 길을 심도있게 토의했다. 참가문인들은 문학관과 사회관을 달리하는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문인들이 『20년만의 만남』이라고 했다. 「20년」은 74년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문인들이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결성한 후의 세월을 가리킨다.
그 뒤로 문단은 이른바 「순수」와 「참여」로 갈라져 서로 만날 일이 없어졌다. 안 만나니까 마음도 멀어졌다.
그 깊은 골에 이번 대회가 가교를 놓은 것이다. 전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조병화씨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송기숙씨가 나란히 앉아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했고, 구상씨와 고은씨가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24일의 개막식이 전체 문인들의 사기를 높이고, 문학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면, 25일은 우리 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신랄하게 반성·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문학의 어제·오늘·내일」을 주제로 한 이어령씨와 고은씨의 문학강연은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문학평론가인 이어령전문화부장관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사라졌으며 정치환경은 더이상 문학환경이 아니다. 최근 많이 보이는 기교의 문학은 독자의 싫증을 낳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독자와 창작자와의 관계가 변하고, 시시각각 전해오는 정보를 시간적 여유없이 진단해야 하는 「즉시의 시대」에 가지 꽃 잎이 함께 하는 문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씨는 『이념과잉이나 이념부재는 다 같이 건강한 문학을 침해한다. 이제는 누가 내편 네편이냐를 떠나서 문학을 총체적으로 재인식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강연회 모두 『문학의 미래, 혹은 미래의 문학을 숙고하게 하는 좋은 내용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주제별 세미나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제1주제인 「광복 50년 한국문학의 성과」의 발제를 맡은 최원식씨는 해방 직후부터 최근까지 한국문학의 논쟁구도를 설명하면서 『엄청난 정치성·사상성·사회성의 통일로서 문학이 필요하며, 세계수준의 문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인들이 좀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토론에서는 주로 정치성과 문학의 문제가 다뤄졌다.
제2주제인 「오늘의 한국문학 무엇이 문제인가」는 김용직씨의 발제로 시작됐다. 김용직씨는 『좁은 울타리만을 고집하고 자기가 아는 것만이 최고인 것처럼 생각하는 풍조』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문인들이 특히 많이 참석해 문단의 쟁점을 파악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김병익씨가 발제를 한 제3주제 「21세기 한국문학의 방향」에서는 『문화산업의 발달이나 새로운 매체의 출현, 통일에 대비한 정신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박경리씨와 이문열씨의 문학강연에는 3백여명의 독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생명에 대한 공경과, 독자의 역할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강연자들은 솔직하게 독자의 질문에 대답해 큰 호응을 받았다.
칠포해수욕장에서는 정공채 권태주씨등이 작가와의 대화, 시낭송회에 참석하고 또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기우제를 지냈다. 다음날은 정말 비가 내려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대회는 포항제철, 동아그룹을 비롯하여 동양맥주·대산재단·한국통신카드·모닝글로리 등의 협찬으로 치러졌다.<이현주기자>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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