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새벽부터 물대기 부산/호남선 일부만 찔끔… 탄식 계속 26일 태풍의 여파로 한달여만에 적지 않은 비를 맞게 된 영남권 주민들은 『단비가 아닌 금비』라고 환호하며 한방울의 물이라도 더 논에 대기 위해 온종일 물대기 작업을 서둘렀다. 타들어 가는 논밭에서 물대기에 안간 힘을 쓰던 가뭄피해지역의 농민들은 시원한 비가 내리자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질 못했으며 오랜만에 시름을 잊고 농가마다 물꼬잡기에 나섰다.
부산·울산등 동남해안지역처럼 많은 비는 안 왔지만 경남·경북의 내륙지방에도 곳곳에 20∼40 안팎의 비가 내려 부분 해갈이 된 곳이 많아 농민들의 한숨을 돌리게 했다.
그러나 호남지방에는 전남 함평·완도, 전북 남원등 일부 지역에 한때 소나기가 내린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오지않아 장기간 한해에 시달려온 농민들을 애태우게 했다.
이날 하오1백가 넘는 비가 내려 완전 해갈된 울산지역 주민들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상오2시부터 농부들의 온 가족이 함께 들판에 나와 물대기를 했다. 울산시는 가뭄대책본부를 해체하고 양수기등 수해장비를 다른 지역에 긴급 지원할 준비를 했다.
울산군 농소면 중산리 이화부락 김수호씨(59)는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논바닥을 생각하며 잠을 못자고 있는데 빗소리가 들려 온 가족을 깨워 새벽3시께부터 비를 맞으며 논에 물을 대 이제는 벼포기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울산군은 하오11시까지 1백9의 비가 내린 뒤에도 밤새 계속 비가 오자 읍·면사무소 직원들을 동원, 계곡등지에 야영중이던 피서객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단비가 내린 함안지방 들녘에서도 한방울의 물이라도 벼논에 더 가두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농민들이 물갈퀴 삽등을 동원, 분주한 일손을 놀렸다.
이날 새벽 빗소리에 삽 괭이를 든 채 자신의 논밭으로 들뜬 발걸음을 옮긴 이상기씨(51·함안군 칠서면 계내리)는 『하늘도 무심치 않아 태풍의 진로를 바꿨다』며 모처럼의 단비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경남도는 도내 거의 전지역에 비가 내리자 도와 일선시군 공무원 1천8백명을 철야대기시켜 가뭄해소에 만전을 기하도록 조치했다.경북의 경우 포항 영덕등 동해안과 경주 영천 달성 경산등 동·남부지역의 가뭄이 다소 해소됐으나 선산 금릉등 내륙지역은 강우량이 적어 해갈에는 못미쳤다.
비를 반기기는 도회지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연일 35도를 웃돌아 찜통이었던 부산시내 중심지는 이날 90넘는 비가 내려 기온이 28도로 뚝떨어진 가운데 행인들의 발걸음이 한층 활기로웠다.【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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