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스씨와 양아들 로이군/자신들 이야기 영화촬영 계획… “피보다 진한 가족애 담을것” 인종적인 갈등을 사랑과 화합으로 승화시킨 미국 로스앤젤레스 흑인노인 리언 그레이브스씨(67·한국일보 4월27일자 30면)와 그의 한국인 양아들 정 로이군(14)이 한국을 찾아 왔다.
낙도어린이후원회(회장 피송자)와 서울 남성교회 조원길목사(59)의 초청으로 온 한흑 부자는 8박9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는다. 이를 위해 재미교포 시나리오작가 이은주씨(36)와 그레이브스씨의 후원자인 송안나씨(36·여)가 동행했다. 혈육보다 더 진한 그레이브스씨 부자의 이야기가 한국일보와 LA타임스에 소개되자 할리우드의 10개 영화사에서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그레이브스씨는 2년전 한흑간의 화해와 우정을 주제로 「나의 가족」이란 픽션 시나리오를 구성했던 이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씨는 『그레이브스씨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우연히도 미국의 아버지 날인 6월19일 소개됐었다』면서 『2시간 분량의 TV가족영화에 뜨거운 인간애를 담아 2∼3년 후 아버지의 날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자가 피보다 진한 인연을 맺은 것는 81년. 아파트 옆방에서 사흘간이나 아기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들어가 본 그레이브스씨는 출생증명서 한 장과 포대기에 싸인 갓난 아기를 발견했다. 미혼인 그레이브스씨는 『처음엔 고아원에 보낼 생각도 했으나 아기 얼굴이 천사같아 보여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면서 『흑인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 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30여년간 다니던 직장을 잃은 후 생계가 막막해진 그레이브스씨에게 구세주로 등장한 사람은 송씨였다. 그는 이들의 애절한 사정을 한인교포사회에 널리 알려 도움을 청했고 자신이 경영하는 골프숍에 일자리도 마련해줬다. 태권도를 좋아한다는 로이군은 『나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나의 아버지는 그레이브스씨』라며 『앞으로 변호사가 되어 도와준 모든사람들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겠다』고 말했다. 이들 부자는 오는 30일 미국으로 돌아간다.<김성호기자>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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