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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어려운 결정」(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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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어려운 결정」(앞과 뒤)

입력
199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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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평창서열릴 후광문학상 시상식 참석취소/주최측 강력요청불구 보선관련 “오해우려” 따라 김대중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은 26일 한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오는 30일 강원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리 「우리집 농장」에서 열릴 예정인 후광문학상시상식에 참석치 않기로 최종 마음을 굳힌 것이다.

 후광문학상은 계간지 「우리문학」의 발행인인 윤채한씨가 제정·운영하고있는 문학상으로 이번이 제2회 시상식. 지난해 첫 시상식이 있었으나 당시 김이사장은 케임브리지대학 유학차 영국에서 체류하다 귀국한 직후여서 참석하지 못했다. 후광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박정훈 민주의원)측은 이번에 김이사장을 초청, 성대한 시상식을 갖기로 하고 6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김이사장도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시상식이 보선이 실시되는 평창군내에서 그것도 선거 3일전에 열린다는데서 문제가 생겼다. 행사가 열리는 상안미리는 공교롭게도 이번 보선에 출마한 민자당의 김기수후보가 유년기를 보냈던 마을이다. 김이사장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정치와는 무관한 순수한 문화행사이고 이미 오래전에 계획된 것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구설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태재단측은 정계은퇴이후에도 김이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고 있는 정치권의 관심을 감안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행사참석을 취소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지난 4월 이리와 전주 방문 때에도 인접지역인 군산의 광역선거 보선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던 경험도 상기되었다. 전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문학상운영위원회측은 『주빈이 빠져서는 행사의 의미가 없다』면서 참석을 강력히 요청했고 이 바람에 김이사장은 여러날을 고민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더욱이 운영위원회측은 문인들의 집필실로 꾸며진 「우리집 농장」에 김이사장의 호를 딴 후광정을 짓고 이번 시상식을 위해 2천여만원을 들여 전기시설까지 하는등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운영위측이 정치적 고려와는 관계없이 김이사장의 참석을 고집했던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김이사장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되풀이 다짐하고 있지만 주변환경은 그의 진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강원도 벽촌에서 갖는 문학행사참석까지도 주변상황을 살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본인은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를 정치에서 은퇴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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