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이미지 개선” 북서 먼저 초청했을수도/미 절실하지 않지만 말리진 않을듯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나기 위해 2차방북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26일 일본언론에 보도된 후 그의 평양행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소재한 카터센터는 이날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 예상보도에 대해 일단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카터 전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이나 북한측의 내부사정등을 감안할 때 그같은 보도는 신빙성이 커 보인다.
카터 전대통령은 김일성 사망후 평양방문 여부를 타진했으나 북한측의 외국인 조문사절 불허방침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 북한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북미 양국간의 비공식 중재역을 자임해왔다. 그는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미 양국의 최고 지도자간 직접 대화가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어느 쪽이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경우 기꺼이 창구역할을 맡겠다고 자청한 바 있다.
카터는 지난 13일에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측근인 데일 스펜서 카터센터 프로그램 담당관을 보내 조의를 표하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김정일을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만약 카터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외견상 그 형식은 카터의 방북희망을 북한측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워싱턴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카터 전대통령이 방북을 자청했을 가능성보다는 북한측이 그를 초청했을 개연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김정일체제의 정착을 굳히고 그에 대한 서방측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카터의 방북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의하면 북한은 카터 전대통령의 2차 방북기간에 남북대화에로의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일의 국제무대 데뷔행사에 카터만한 적격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난 전직 미국대통령이면서 국제분쟁시 약소국의 입장을 대변해 왔기 때문에 북한지도층의 호감을 사고 있다.
카터에 대한 북한측의 친근감은 김일성 사망 직후 카터의 조문전달을 전하는 북한 관영언론의 보도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해외방송정보서비스(FBIS)가 인용한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16일 『(카터의 측근인) 스펜서 일행이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로 조심스럽게 실어온 조화를 (김일성의) 초상화 앞에 놓고 조의를 표했다』면서 카터의 조의표명 사실을 상세히 전했다.
한편 미국으로서는 현재 「카터 카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 내달 5일이면 북미 3단계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들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는 최근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을 위한 뉴스 브리핑에서 『미국정부로서는 당장 북한에 특사를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카터의 방북이 수수께끼의 인물로 알려진 김정일의 의중을 타진해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된다는 시각에서 보면 미국으로서도 굳이 만류할 이유가 없다.
다만 클린턴대통령이 카터에게 특사자격을 부여할 지는 의문이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클린턴대통령으로서는 카터의 방북으로 지난 달처럼 구설수에 오르게 되는 경우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미 진보정책연구소(PPI)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보낼 대통령특사는 민주·공화 양당의 지지와 대통령의 신임을 두루 받는 인사가 돼야 한다』면서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국무차관등을 추천하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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