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음은 다름이 있으므로 같음이 있고, 다름도 같음이 있으므로 다름이 형성된다』 24일 경주코오롱호텔에서 열린 「한국문학인대회」 개회식에서 대회장인 구상시인은 원효대사의 화쟁논리를 이 대회의 화두처럼 끄집어냈다. 한국문학인대회는 문학의 지향성이나 방향에서 다른 문학적 입장에 섰고 그로 인해서 멀어지기도 했던 문인들이 실로 오랜만에 한 자리에 앉은 행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우선 각 문학장르의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국 구석구석에서 그리고 20대에서 70대까지 골고루 참여했다. 물론 남녀구별도 없었는데 여성문인은 전체의 20% 가량에 이르렀다.
많이 걱정이 되었으나 결국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던 점은 유신시대 이후 소위 「순수」와 「참여」로 나뉘어 대립해 왔던 문인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화해의 분위기를 일궜다는 점이다. 현재 문단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한국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웃는 낯으로 악수를 한 것이다. 실로 20년만의 일이다.
개회식 연단에는 조병화 고은시인과 황명(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송기숙(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문덕수씨(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등이 나란히 앉았다.
많은 문인들은 『저 분들이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한다』며 「동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럴만도 하다. 88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펜클럽 대회는 민족문학작가회의측에서 별도 행사를 갖는등 반쪽행사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축하리셉션에서도 조병화씨와 송기숙씨는 여류문인들 사이에 나란히 앉아 환담을 주고 받았다. 송씨는 『서로 작품을 통해서만 알고 지내던 우리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문단 대화합의 한 모습』이라고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권일송시인등 많은 문인들은 남북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점에 이번 행사가 열리게 돼 더욱 뜻이 깊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여러 문인단체들은 각각 별도로 남북한 문학인 대회를 추진해 왔다. 이 대회가 남한의 문인들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들고 나아가 남북한 문학인들이 만나 통일문학 혹은 문학의 통일에 대해 얘기하는 계기가 되길 모두가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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