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1월20일. 중국의 최고실력자 등소평이 경제특구인 심천을 방문했다. 84년에 이은 그의 두번째 남방시찰이었다. 50층의 국제무역센터에서 시내를 내려다 본 등은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관영신화통신은 이때 「등지도자가 개방화로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에 감격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한바 있다. 이 시찰길에서 등은 이런 말을 남겼다. 「개혁과 개방으로 나라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지 못하면 결국 죽음의 길밖에 없다. 그런데 개방화이후 뜻하지 않은 부패기풍이 생겨나 아주 나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단호하게 척결하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이다.」 ◆등의 이 말은 곧 남순강화라 하여 전국의 당과 기관에 배포됐다. 그 이전에는 사회부패에 관해 조용했던 여론도 등의 이같은 발언이후 급속히 표출되기 시작했다. 벼락부자(폭발호),고소득자(백만원호), 부패유형을 여덟가지로 구분한 팔등공민등의 용어가 난무했다. 스스로 개방형부패라 부르면서 그해 한해만도 2만명이상이 공개처형되었다고 밝혔다. 2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이러한 개방형부패는 그곳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김일성이 사라진 북한도 심각한 주민들의 생활난 해소를 위해서는 개방화에 나설 것이 예상된다. 식량난에 외화난, 생필품난이 겹쳐 경제가 파탄직전에 놓여있는 오늘이다. 최근의 귀순자들은 북한의 고급관료사회에 이미 부패가 만연되어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러시아의 과학아카데미도 며칠전 북한의 실상을 소개하면서 각종 경제범죄가 급속도로 늘고 있고 사회불안이 고조되어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신감마저 증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개방도 하기전에 이런 판국이니 앞으로 새로운 부패까지 가세한다면 과연 그곳 사회는 얼마나 어지러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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