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야유 옛말 폭염에도 차분 국회의원선거의 상징적 행사인 합동연설회가 달라져 가고 있다. 지난 23일 새 선거법에 따라 처음 실시된 보선 3개지역의 합동연설회는 변화하는 선거풍토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우선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합동연설회장이 깨끗해졌다는 점이다. 산더미 같은 각종 유인물이 나뒹굴기 일쑤였던 유세장이 깨끗해졌고 후보나 청중들의 자세도 깨끗했다. 대규모 동원된 청중이 없으니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라는 취지에도 맞았다.
대구나 경주에는 염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2천∼3천명의 청중이 모였다. 일부 동원된 청중도 있었으나 과거와 같이 전세버스로 대규모 동원한 청중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히 특정후보의 연설이 끝나면 청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도 없었고 욕설에 가까운 야유도 들리지 않았다.
대구수성갑에서는 12명의 후보가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유세를 펼쳤지만 많은 청중이 자리를 지켰다. 경주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온 자발적 청중과 가족단위 청중이 많았다. 후보들의 인신공격도 그다지 눈에 뛰지 않았다. 대구의 후보들은 「대구의 명예」를 강조했고 경주후보들은 「경주사랑」을 외쳤다. 영월·평창에서도 「농민」을 겨냥한 정책싸움을 벌였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유세장의 술판도 사라졌다. 흥청거리는 선거분위기는 옛날 얘기가 됐다. 유세때면 손을 벌리던 선거꾼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각 선거진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지 유세장에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아이스크림과 냉음료장사만 성시를 이뤘다.
쓰레기더미를 이루곤 했던 유세장의 홍보물도 대폭 줄었다. 법에 허용된 4가지 홍보물 가운데 후보가 직접 배포할 수 있는 것은 명함판 홍보물 1종뿐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수막이나 걸게 그림 벽보 피켓등 유세장을 어지럽히던 각종 장식물도 자취를 감추었다. 어깨띠를 두른 채 90도로 절을 하며 후보번호를 외치던 여성운동원들의 모습도 더이상 없었다. 경주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산뜻한 차림으로 명함판 홍보물만 돌렸다.
이밖에 경주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유세를 수화로 통역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돼 변화하는 선거풍토를 더욱 실감케했다.
한 차례의 합동연설회만을 보고 우리 선거풍토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 선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것만은 분명하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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