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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화합 꿈」싣고 힘찬 출발/「문인열차」 동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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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화합 꿈」싣고 힘찬 출발/「문인열차」 동승기

입력
199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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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만남… 토론·즉석 주연도/유신시대이후 「20년만의 해후」많아 눈길/“한자리 이렇게 많이 모이다니…” 모두놀라 『빠앙, 빠앙, 빠앙』

 24일 상오 9시30분, 경적소리와 함께 문인 4백여명을 태운 「문인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했다. 경주와 칠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한국문학인대회」의 서막을 여는 힘찬 출발음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의 문인들은 장르별로 9개 열차에 나눠탔다. 조병화 고은 백낙청 조경희 구중서 송기숙 황명 박화목 문덕수 김남조 김치수 김용직 윤정모 최원식 신달자 김성동 김병익씨등 문단의 원로·중진들은 대부분 특2호차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문인들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누기에 바빴다. 조용하던 열차가 수원을 지나갈 때쯤부터는 조금씩 소란스러워졌다. 서로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는 문인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야 이게 몇년만이냐』

 이날따라 20여년만에 서로 만났다는 문인들이 유난히 많았다. 유신시대 이후 우리 문단이 참여와 순수로 두동강이 나면서 서로 얼굴을 보지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인 박용수씨는 『74년 결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가입해 활동한 뒤로 얼굴을 보지 못했던 문덕수 권일송씨 등을 오늘 20년만에 만나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병총씨와 윤정모씨도 20여년전 명동 술집에서 만난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기차안에서 문인들의 행태는 가지각색이었다. 시인 오우열씨는 소설가 김영현씨 등 동료 문인들의 점을 쳐주는가 하면, 시인 김건남씨등은 바둑을 두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한국문학인대회가 소개된 한국일보를 읽는 문인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의자를 뒤로 돌려서 4명씩 모여 앉아 벌써부터 한국 문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토론을 하는 「열정파」들도 눈에 뛰었다.

 문인들은 모두 『한 자리에 이렇게 많은 문인이 모였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는 게 초성이었다. 또 21세기를 앞두고 한국 문학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광복 이후 전국규모의 문학자 대회로는 46년 2월의 전국조선문학자 대회와 46년 3월 전조선문필가협회 결성대회가 있었다. 그후 61년 결성된 한국문인협회나 87년 결성된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총회등을 개최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의 문인 모임은 없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한국문인협회, 민족문학작가회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등 주요 문학단체가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백우영반장(문화1부장) 이기창차장(문화1부)최규성기자(사진부) 김병찬기자(문화1부) 김광덕기자(기획취재부) 이현주기자(문화1부) 김동국기자(사회부) 이태규기자(주간한국부) 김호섭기자(대구취재본부)

◎구상대회장 개회사(요약)/“만남자체가 반갑고 고맙고 기뻐”

 여러분!

 『반갑고 고맙고 기쁩니다』

 실로 이렇듯 우리 문학의 동반자들이 그 장르나 유파, 또는 조직이나 지역을 초월하여 한자리에 5백명이나 모여서 우리 문학의 미래상에 대한 예지를 교환하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반갑고 고맙고 기쁘기 그지없는 바입니다.

 바야흐로 오늘의 이 시점은 남북통일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전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합적으로 상기되는 것은 저 원효의 화쟁논이입니다. 즉 『같음은 다름이 있으므로 같음이 있고 다름도 같음이 있으므로 다름이 형성된다』는 인식론으로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은 비동비리의 고차원에서 둘이 융화하는 원융부이의 세계 말입니다.

 모두 아다시피 저 30년대 「카프」논쟁을 비롯해 우리문학에서도 「순수냐? 현실참여냐?」로 문학논쟁이 이루어져 왔고 현재는 서로가 그 이론적 전개는 주춤하고 있지만 동인적 실작행위와 그 포폄의 평필을 통해서 저러한 문제의식이 현존해 있고 또한 조직으로까지 표면화되어 서로 소원하게 지내 온 것이 숨기지 못할 사실입니다.

 문학은 제재나 주제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작품의 예술적 형상성 여부가 그 우열을 결정하고 그 효용성의 심도도 좌우하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이 모임의 주제인 「21세기의 우리문학」을 논의할 때 나는 먼저 오늘의 우리문학의 성찰이 앞서야 한다고 여깁니다. 존재의 망각시대 속에서 홀로 깨어있어야 할 시인, 작가들마저 저런 삶의 근원문제나 사물의 실재에 대한 규명이나 조명에서 비켜 서 있지 않은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문학적 현상은 한마디로 말해 문학의 사상적 투철성이나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하겠고 이것이 우리 문학의 앞으로의 제일의적인 과제라고 나는 생각합니다.<한국문학인대회 대회장·시인>

◎김성우 조직위원장 환영사/“어둠밝혀줄 「빛의대합창」 울리길”

 문학은 등불입니다. 문학은 모든 어둠을 밝히는 빛입니다. 인간의 사회도 인간의 마음도 문학의 빛이 없으면 캄캄한 밤입니다. 오늘 이 나라 문학의 광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한국문학인대회는 빛의 대합창입니다.

 이 개막식에서는 「문학인의 등대」가 점화됩니다. 문학은 등대입니다. 문학은 방황하는 영혼과 난파한 정신들이 항구를 찾아가는 기항의 불빛입니다.

 문학은 역사의 거울입니다. 우리의 시대사가 불행했던 한 시절, 우리 문학사도 불운했습니다. 문학역량의 분할이 있었습니다. 문학역량의 소모가 있었습니다. 전문을 해독할 수 없는 동강난 문장의 문학을 한국문학이라 불러야 했던 아픈 시대가 있었습니다. 같은 국어끼리 서로의 어법이 다른 이복문학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시대상황의 변화를 맞아, 오늘 한국일보는 우리 문단의 총결집의 시대, 대화합의 시대의 막을 올리기 위해 여러분을 여기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문학은 문학인의 수만한 가짓수가 있더라도 문학은 하나입니다. 그 문학이 모국어의 문학인 한, 그것은 한국문학이요 한국문학은 하나이어야 합니다.

 내년은 광복 50주년입니다. 21세기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우리 문학이 신기원을 맞을 시점입니다. 세계문학 전집속에 한국문학을 나란히 끼우기 위해 그 찬란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문학인 여러분은 오늘 여기 모였습니다.

 모든 국민은 각자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의 독자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문학의 수혜자들입니다. 문학인은 독자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자신은 깨어 있습니다. 문학인은 수많은 독자들의 불면의 밤을 잠재우기 위해 스스로 밤을 새웁니다.

 문학은 구원입니다. 문학은 귀의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문학인에 감사를 잊어왔습니다. 문학인들의 노고를 위로할 줄 몰랐습니다. 대체 문학없이 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문학없이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은 또 누구입니까.

 한국일보는, 1면에 시를 싣는 세계 유일의 신문인 한국일보는, 문학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문학인에 대한 불변의 경의를 가지고 모든 독자들을 대신하여, 모든 독자들의 이름으로, 문학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우리 문단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문학인 여러분을 이 자리에 초대했습니다.

 오늘 이 모임에서 우리는 「문학인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릅니다.<한국일보 상임고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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